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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는 이유

나에게도 노동자로서의 자부심이 있으니까

일하는 사람의 옷, 칼하트.

by 줄타기인생

이맘때면 칼하트 자켓을 꺼내서 입는다. 미시건 쵸어 코트라는 옷이다. 옷에서 특별히 고집하는 브랜드가 없는데 칼하트만큼은 유독 항상 마음이 끌린다.


내가 카라 달린 블루종 자켓을 잘 못입으면서도 좋아하는 이유랑 비슷한데 그게 일 하는 사람이 입는 옷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나에게 일의 정수란 아직까지도 육체노동이고, 그래서 WIP는 오히려 나에게 별로 매력이 없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칼하트를 매력적이라고 못 느꼈다. 사로잡힌 건 우연히 칼하트 본사 페이지를 들어가고 부터다. 이들의 제품이 벌목노동이나 공장노동에 특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복되는 도끼질을 위해 어깨 부분의 가동성을 높인 작업용 자켓이라던가 방검 방오 방수 처리 된 옷 등을 보면서 급격하게 호감이 생겼던 기억.


나도 실무자지만,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옷이란 나에게 항상 뭔가 감탄의 대상이고(낭만주의적 사고임을 나도 안다) 그런 의미에서 얼마 전 류호정 의원이 자신의 원피스를 ‘일하는 사람들의 옷’이라고 말한 게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한 벌의 정장이 그런 옷일 것이고.


물론 나는 그저 그 이미지를 흉내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육체노동은 아닐 지라도 나에게도 워킹클래스로서의 자부심이란 게 있다. 몇년이고 입을 것 같이 튼튼한 이 자켓을 꺼내서 입으면 그냥 내가 손수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직접 제로베이스에서 유적 노동을 통해 뭔가를 생산해내는 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약간의 몽상에 빠지게 된다. 음 그래 나도 노동자니까.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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