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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Dec 03. 2020

퍼널보다 상품을 고민할 때

대치되는 개념은 아니지만 굳이 가중치를 둔다면.

퍼널별 분석을 해야 한다. 온사이트 마케팅을 해야 한다. 애드테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지만 거의 3년 정도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보고, 또 다시 적용하려고 보니 알겠다. 역시 지피지기가 제일 중요하구나. 모두의 이론이 내 먹고 살 길은 아니구나. 내가 지금 일하는 회사가 어떤 속도와 어떤 구조로 제품을 파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느냐가 항상 중요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마케팅에서 흔히들 퍼널 분석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근데 퍼널 분석은 만능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래투자의 성격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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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면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물건을 파는 방식은 1.광고 콘텐츠에서 이미 설득이 끝난 상태에서 2.상세페이지에서 최단시간내에 구매를 유도하고 3.이를 네이버 페이 등으로 빠르게 결정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인지->유입->고려->결정의 단계가 정말 순식간에 이뤄진다. 오히려 퍼널에 투자하는 고민의 양을 콘텐츠와 제품 기획에서 더 많이 하고 있는 셈이고 상위에서 중위 퍼널의 역할을 콘텐츠가 가져갔다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요즘은 조금씩 양상이 바뀌는 추세이긴 하다.


 이런 구조에서 온사이트 마케팅 툴을 활용하거나 퍼널 분석을 통해 개선을 하려고 하면 매우....매우 난관에 빠지기 쉽다. 장바구니에 체류하고 있는 고객 대상으로 장바구니 이탈율을 개선하기 위해 액션을 해보면 2일만에 깨닫게 된다. 이 구조에서는 장바구니에 들어온 것 자체가 이미 구매결정을 결심하고 있는 단계네? 상세페이지에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 온사이트 툴을 활용 하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거는 깜짝혜택이나 팝업이나 메세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네? 비회원에게 어떤 혜택을 줘서 전환율을 높이려고 하면 공포의 N페이가 모든 것을 가로막는다.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서 액션을 취해보면 절실하게 다가온다. 매력적 상품이나 매력적 물량 없이 재구매율 개선은 없다는 것을. 리턴배너 같은 툴은 전체 트래픽이 커야만 이득이 나는 구조라는 것도 깨닫게 되고, 기계적인 DM 툴의 사용은 마케터의 리소스를 줄이는 대신 CS 인입을 늘리고 이미지를 조금씩 깎아먹을 뿐이라는 사실도 금방 알게 된다. 사람들은 우리를 소규모 가게 사장님으로 인지하지 그런 영혼없는 문자를 보내도 되는 대규모 백화점으로 보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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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도 그로스해킹 관련한 글에 썼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커머스에서 많이 이야기하는 방법론들이 1.상품의 SKU수가 엄청나게 많은 오픈마켓 형태 2.빠른 테스트와 개선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상품군  등에만 적용 가능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퍼널구조가 유효하려면 상품의 수가 정말정말 많거나, 사용자가 각 단계에서 지불할 수 있는 리소스 형태가 다양하고, 다음 단계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관심-다운로드-지불과 같은)형태여야 한다. 물론 어쨌든 그 모든 이야기들의 핵심은 하나다. 계속 관찰하고 실험해보고 개선하라. 


 근데 그 관찰-실험-개선의 싸이클이 어느정도 진행되면 그때부터는 그래서 우리는 어떤 구조인데?를 파악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 다음부터는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고. 우리 구조에 안맞는 건 그게 에어비엔비가 아니라 아마존에서 한 방식이라고 해도 갖다 버리고, 맞는 거라면 어느 별세계 장사꾼이 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가져와야 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상품과 트래픽이 몇 안되는 브랜드의 마케터가 해야할 일은, 오히려 그런 핫한 방법론의 적용보다는 상품의 매력적인 메세지, 상세페이지의 유기적 구성, 상품기획에의 적극적 참여와 실제 물건을 사주는 손님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 갈수록 강해진다. 이 사람들은 재방문 2회고 체류시간이 평균 20초고...이런 이해 말고. 이 제품을 사는 과정에서 실제 느꼈을 불편함은 무엇이었고, 이 제품을 사게 된 배경은 뭐였으며, 우리에 대해서 어떤 인상을 갖고있는지 등등. 사실 요즘 온사이트 마케팅에 꽂혀서 다시 돌려보고 있는데 영 안나와서 답답한 마음에 써보는 생각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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