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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un 12. 2020

<캐즘 마케팅>을 읽고


1.선물받은 <케즘 마케팅>을 다 읽었다. 첨단기술/b2b 마케팅에 특화된 내용이라 100% 다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몇가지 요지는 다른 분야의 마케팅에서도 충분히 적용해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었다.


2.  책의 요지는 이렇다. 첨단기술을 개발/판매하는 사업이 얼리어답터 타깃 내에서 성공을 거둔 뒤,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대중 타깃으로 넘어갈때는 큰 간격이 있고 이것을 케즘이라고 부른다. 이 케즘을 뛰어넘지 못하면 사업은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축소된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뛰어넘어야 하는가? 케즘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회사의 방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작고 미래를 기대할 만큼 영향력 있는 타깃을 공략하라는 것. (말은 쉽죠?)  책에서는 이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크면서도 승리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작고, 여러분이 쓰고 있는 왕관의 보석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다른 책에서는 '최소유효시장'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 그 개념이다. 즉, 대중타깃 중 최소유효시장을 표적으로 삼아서 빠르게 움직이하는 이야기.

저기를 못넘으면 죽는다 이 말이다.


3. 물론 이 책의 내용을 다른 분야에 바로 적용하기는 난관이 많다. 요즘 그로스해킹 등에서 맨날 이야기하는 AARRR만 해도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업태가 많은데 (당장 내가 하는 일만 해도 그렇다) 하물며 아예 '첨단기술 마케팅을 위한 책'을 내걸고 있는 이 책은 더 그럴 것이다. 다만 공통의 화두들을 던져주는 부분이 있다.

4. 하나는 시장,데이터,타깃에 대한 것. 얼리어답터에서 대중으로 넘어갈때, 타깃을 선정하는 근거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데이터? 그러나 그 시점에 회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란 얼리어답터의 데이터일 경우가 많다. 독특한 사람들의 사용경험이기 때문에 확장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논리적으로 추리해나가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이 시점에는 데이터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직관적인 내용과 상상력- 면대면 경험, 소비자 시나리오, 페르소나 구체화 등 - 에 집중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특히 타깃 선정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분류하고 선정하는 과정이 매우 디테일하게 나와있는데 소비재 쪽도 어느 정도 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 작성 과정에서 시장이 아니라 고객(타깃)에 초점을 맞추라는 이야기가 시사하는 바가 큰데,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범주로서 정의되는 시장은...인간적인 개념이 아닌 추상적인 개념이다. 시장의 명칭이나 시장에 대한 설명은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를 유발하지 못한다. 그것들은 개인의 직관력을 활성화시키지 못한다. 사실 용어의 관점에서도 결코 '시장'이 아니다. 그것은 고객계층이 아닌 경쟁업체들의 집단을 지칭한다. 우리는 복잡한 동기를 지닌 실제 사람들에게 적용할 방법에 대해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하는 것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모든 마케팅이 이러한 페르소나 시나리오를 작성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경험이 내가 팔려는 개개의 사람에게 어떻게 구현되는지 계속 고민해보긴 해야 한다.


5.특히 B2C 시장에서 유효타깃 검색을 요즘처럼 머신러닝에 맡겨놓는 경우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기 쉽다. 또 이에 대한 우려도 많다. 물론 마케터와 사업이 항상 유효타깃을 찾아내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광고시스템에서 유효타깃을 잘 찾아내고 있다면 이 시스템을 굳이 부정하면서까지 타깃군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 생각에는 아마 직접 타깃을 관리하더라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훨씬 공수는 많이 들 것이고. 물론 이런 발상은 그냥 경로의존성 문제일 수도 있다. 걸어온 경로가 계속해서 회사가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구체적으로 리서치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면 좀 다른 종류의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타깃에 대한 이해를 버리고 갈 수는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마케터 스스로가 리뷰를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카피를 계속 써보고 콘텐츠 시나리오를 구성해보는 게 필수적이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어차피 광고시스템이 타깃을 자동으로 찾아주고 있으며, 너무 자극적인 광고가 나가는 게 아니라는 조건이라면. 타깃은 자신의 입장을 건드리는 광고물(카피)에 어떤식으로건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를 역으로 이용해 어떤 카피에 반응하는지를 통해 우리 타깃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많은 카피를 써보고 넣어보고 돌려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 그리고 이건 내가 못하고 있는 것이긴 한데, 그런 식으로 형성된 고객 중에서도 분명히 단골이 된 고객들이 있다. 이 사람들에 대한 질적조사를 통해 프로필을 확보해놓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다. 

6.물론 B2C 시장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최소유효시장이란 존재할까?..라는 게 <이것이 마케팅이다>를 읽은 뒤로의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다. 타깃 수는 한정적이다. 매체의 파급력은 크다. 페북으로 보건 티비로 보건 네이버로 검색한다. 오히려 얼리어답터->대중시장의 확대일로보다는 미디어 소비패턴이나 라이프스타일만 살짝 다른 타깃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규모를 스케일업해나가는 문제만 끊임없이 주어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많이 받는다. B2C에서 케즘 극복이나 최소유효시장 확보란 도대체 무엇인가...SNS광고에서 TV광고로 넘어가는 것? 해외진출? 대중타깃이 선망할만한 셀럽에 대한 PPL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구축하는 것? 근데 이건 좀 결이 다른 거 같기도 하고. 아직 잘 모르겠다. 물론 이 책에서도 B2C는 다르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물론 특정 시점에 '대세감'이라는 것을 형성하여 몰아쳐야 하는 순간이 있으나 그 시점이 어디인지를 판단하는 건 사실 데이터 기반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 구체적인 페르소나 구축이나 최소유효시장은 어쩌면 일이 아니라 예술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의 발로일수도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버리긴 어렵다. 아아 나같은 불신자가 어쩌다 마케팅을 하고 있는가. 다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다시 한번 확신한 건 뭐든 잘 하려면 결국 구체적인 인간 이해가 무엇보다도 선결되어야 한다는 점. 숫자니 문장력이니 이런 자질들은 사실 그 다음의 일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 인간 이해는, 우리가 충분히 노력하면 얻을 수 있다는 것. 호기심과 꾸준함이 이 일을 오래 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자질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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