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타이머
이미 완성된 존재들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더하거나 빼려는 시도가 결국 한때의 기예인 경우가 종종 있다. 칼을 가는 숫돌이나 다리미, 그리고 시간관리가 그렇다.
수많은 관리법 중 유일하게 남은 것은 투두리스트와 타이머 뿐이다. 물론 더 복잡한 방법들을 쓸 수 있는 머리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결국 그 근본엔 두가지가 있다. 할 일을 시각화한다. 그것을 시간 내에 한다. 나 자신이 복잡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투박함이나 단순함에 더 끌린다. 재택근무 기간인 요즘 더 중요해진 아이템이다.
하지만 정작 일을 하다 보면 일에 대한 생각에 빠지기 쉬우니 오히려 타이머와 투두리스트는 ‘여기까지만’의 제한의 의미가 더 강하다. 45분 했으니 쉬자. 오늘 할 걸 다 했으니 정리하자. 잘했다 오늘 하루도. 잘 보냈네 하고. 나는 이제 타이머와 투두리스트를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칭찬하기 위해서 쓰고싶다. 이런 말을 할 정도로 열심히 안살았는데 같은 부끄러움 같은 것도 이제는 집어 치울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