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상점에서 산 담요
역 안에 편의점이 사라지고 잡화점이 생겼다. 거기에 걸어놓은 만원짜리 담요가 퇴근길에 한달 전부터 계속 눈에 밟혔다. 할머니 집에 있을 것 같은 사슴 무늬와 그에 걸맞는 노란 빛깔이 맘에 든 까닭이다. 번개장터로 중고물품을 팔고 생긴 돈으로 내친 김에 구매했다.
사실 이건 내게 별로 필요없는 물건이다. 거실과 침실이 그다지 구분되는 곳도 아니니 그냥 침대에 가면 된다. 아니면 삐루한테 깔아준 작은 담요를 빨아서 쓰거나. 대형 타월을 쓰던가. 그런데 그냥 괜히 쇼파에서 덮어야 하니까, 침대 밑에서 덮으면 좋을 것 같으니까...그러면서 혼자 세그먼트하며 구매하고 만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담요를 덮고 거실 쇼파에서 쉬는 상상을 했다. 촉감은 부드럽겠지. 무릎도 따뜻할거고. 거실 전구도 새로 바꿨고 아늑하겠지. 들어와 손을 씻고 담요를 덮고 따뜻한 차를 한잔 마시고 책을 보다가 글이 떠올라 이렇게 사진을 찍고 글을 쓴다. 조그맣게 돈을 썼고 조그맣지만 충분히 만족스럽다. 상상한 그대로의 느낌이니까. 이런 소비도 드물다.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