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Sep 27. 2023

내가 뭐라고 사람을 뽑니 (2)

서류는 가볍게, 면접은 3단계로.

채용공고도 썼다. 서류 지원이 들어왔다! 수십개의 서류 중 어떤 분들을 뽑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상황이라면 그런 상황은 쉬이 오진 않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인사팀의 채용 프로세스와 기준이 잡혀 있을 터, 이 글은 항상 실무자까지 같이 열심히 채용을 해내야 하는 규모와 타이밍의 조직을 위한 글이다.

나 개인도 그런 상황 속에서 동료들과 인사팀 채용담당자분과 함께 열심히 수십건의 서류검토와 면접을 진행했고 성과 내는 좋은 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같이 고민을 할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없다 해도 여기서 얘기하는 내용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시길 기원하며 써 보았다.



서류 검토의 기준 : 최대한 허들을 낮춰서, 최소 요건만 확인하기.


 지원이 들어오거나, 제안을 보낼려고 채용사이트의 이력서들을 검토한다면 이제는 서류검토의 기준을 고민해야 할 때다. 사실 서류검토의 경우 JD를 쓰면서 정리된 기준들에 맞춰서 보면 된다고는 하나, 막상 또 확인을 해보면 지원자나 제안 대상자가 우리에게 딱 맞게 서류를 작성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당연히 이런 경우는 탈락이겠지만...^^; (c)2018. 사림인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류 통과의 기준은 기본적으로는 "면접을 통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 이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두가지 경우였다.


1) 서류에 작성한 내용들이 우리가 찾던 이력과 딱 맞아서 면접을 꼭 봐야겠다 싶은 경우

2) 내용이 맞아떨어지진 않더라도 면접을 통해서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는 경우

 a. 포트폴리오나 경력기술서에 나온 실적 기술이 구체적인 경우

 b. 지원 회사에 대한 입사 희망 의지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경우


반면 높은 확률로 이런 경우는 좋은 결과를 받기 어려웠다. 물론 전후 맥락에 따라 이런 요소가 있는 지원자들의 서류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으며 좋은 지원자일 수 있다.


1) 업무경력이나 실적기재에 있어서 모호한 부분이 많고 타이틀 카피의 수식어나 과장표현이 많은 경우

-부족한 경력이나 실적을 서류의 작성 기술로 커버하려는 경우가 있다.


2) 통상적인 경력 대비 실적 및 경험에 비교해 봤을때 경험이 지나치게 적거나. 지나치게 많은 경우

-당연히 매우 뛰어난 사람이 존재할 수 있으나, 대부분은 커먼센스의 범위 내에서 자신의 실적을 내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엔 어느정도 상식에 의존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3) 이력서만 갖춰져 있고 경력기술서나 포트폴리오가 부재한 경우.

-이직의 필요가 크지 않은 분인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되는 한, 서류의 허들은 최대한 낮춰서 다양한 지원자들을 검토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다. 당연히 JD에 맞지 않고 성의없는 서류를 갖춘 분들을 면접 볼 필요는 없겠지만, 다소의 긍정적 포인트라도 있으면 시간을 써서 면접을 보는 것이 작은 조직들에게는 필요하다.


서류라는 것은 모든 과정을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분명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담지 못한 지원자들도 존재한다. 어쩌면 서류의 기술적인 측면에 관심이 덜한 사람일 수도 있다. 면접의 최우선 목표는 좋은 사람을 뽑는 것이지만, 자주 봐야 경우의 수도 늘어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면접에 참여하는 이들이 추후에도 계속 좋은 면접관이자 동료로서 활동하기 위한 러닝을 쌓는 과정도 중요하다.



드디어 면접 : 경험-역량-핏 검증의 3단계로 나눠서 접근하자


서류도 검토했고 면접 제안에도 OK를 했다. 시간도 잡았고 이제 곧 떨리는 면접 시간이다. JD나 서류와는 다르게 면접은 지원자와 대면으로 진행하고, 시간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어떤 기준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고 판단할지를 미리 정해놓지 않으면 지원자와 면접관 모두 난감한 상황이 되버린다. 때문에 무조건 사전에 질문 리스트를 작성해놓기를 권한다.


그렇습니다....(c) 네이버웹툰, 이현민 웹툰 <나의 목소리를 들어라!!> 중


질문은 3단계 과정으로 정리해놓으면 좋다. 1. 경험 검증 2.역량 검증 3.커뮤니케이션&핏 검증의 순서이다. 이 흐름은 서류 베이스의 구체적인 질문 -> 가설/역량에 대한 다소 추상적인 질문 -> 커뮤니케이션과 조직 경험에 대한 질문 순으로 짜여져 있어 구직자 입장에서도 질문의 일관성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고, 면접관 입장에서도 적합도를 판정하기 좋은 구성으로 정리를 할 수 있다.  면접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본 실력이 나오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초반부터 어려운 질문들을 던지는 것은 나는 선호하지 않았다. 전체 질문 리스트는 30-40분 내에 커뮤니케이션 가능한 양이면 좋다. 아무리 많아도 1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1. 경험 검증 질문  

실제 지원자가 내세운 경험들에 대해서 검증하는 질문들이다. 서류 베이스로 질문하는 것이 원칙이며 실제 면접자분이 자신의 업무경험을 어느정도까지 스스로 이해하는지, 어떻게 소화했는지, 거기서의 자신의 기여도는 어느정도였는지 등을 판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전 직장에서 주로 해결해야 하는 루틴한 문제들은 무엇이었는지?

-진행했던 업무들 중 가장 애착 가는 업무와 아쉬운 업무. 각각의 이유는.

-이전 직장에서 했던 000업무의 진행 과정을 정리해서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

-해당 업무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이었고 그게 잘 진행 됐는지? 달랐다면 이유는?

-주어진 문제 외에 본인이 판단해서 새로 해결했던 문제가 있었다면? 시도했다면 결과는? 과정은?

-전 조직에서 업무 진행시 좋았던 점과 어려웠던 점은? 그렇게 느꼈던 이유는.

-그외 서류검토에서 면접관이 주목했던 업무 실적에 대한 검증 질문들



2. 역량 검증 질문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업무역량을 검증하는 질문들이다. 이 사람이 지원한 직군으로서 한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낼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업무에 있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지? 업무의 진행에 있어서 나름대로 세운 원칙이나 과정이 있는지? 1번하고 중첩되는 부분도 있으나, 2번의 경우 구체적인 경험 베이스보다는 이 분이 일을 할 때 발생하게 될 상황들을 가정하거나, 업계의 동향, 직군의 특성을 고려한 포괄적인 부분이나 가설 등을 주로 문의하면 좋다. 1에서 다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을 같이 문의하는 것도 좋다. 정답이 있는 질문들이 아니라 이 사람의 문제 접근법이나 역량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들로 구성하면 좋다.

2단계는 당연히 직군마다 질문의 내용이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 마케터는 주로 지표/카피라이팅/시장 내 포지셔닝 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드렸고, 디자이너의 경우 자신의 결과물을 어느정도 객관적으로 바라보시는지, 간단하게라도 일의 과정을 설명하고 재현할 수 있는지. 디자이너로서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여쭤봤다. 상품기획자의 경우 제품의 프라이싱이나 제조사와의 협의 과정, 단종과 같은 특이한 사례에 대한 가정 등을 문의하였다.



-본인은 다른 0000 직군 대비해서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그 사례는?

-반대로 어떤 단점을 가지고 계시는지. 그걸 실감했던 순간은?

-시장에서 본인이 몸담은 직무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지

-우리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된다면 기대되는 역할/해결 이슈는 000인데, 여기에 대해서 어떤 부분부터 접근/파악하고 싶으신지

-아이디어를 어디서 주로 찾고 어떤 과정에서 구체화 시켜나가는지

-지표나 실적을 기반으로 업무를 개선한 경험이 있었는지.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 없었다면 이유는?

-런칭 이후 원하는 목표치 도달이 안될 경우, 어디서부터 점검을 해나가는지.

-상세페이지 기획과 제작 프로세스를 설명해주실 수 있는지.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은?

-브랜딩이 구축되고 있다는 증거는 어떤 지표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을지. 불가능하다면 왜?

-제품 기획시 초반 단계에서 원가 기준을 어떻게 잡는지? 계획 원가보다 초과시 어떤 우선순위를 가지고 조정하는지

-제품 단종은 어떤 상황이 됐을때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재고 이관 프로세스를 짜야 한다면 무엇부터 우선 처리할 것인지.

-자신이 했던 일 중에서 주니어를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외부유통처 프로모션 가격 세팅에 있어 기준이 있다면? 내부 기준을 따랐다면 가격변경이 필요할 경우 어떻게 설득했는지?

-신규채널 입점을 결정해야 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이 있다면?

-자사몰-외부채널의 프로모션 일정이 충돌하거나 매출 잠식이 우려되는 경우 조율은 어떻게 해야 할지.


3. 커뮤니케이션&조직 핏 검증


2번의 과정까지도 무난하거나, 마음에 쏙 들었다면 마지막으로 이 분의 동료로서의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조직 핏을 검증할 단계이다. 인사팀의 채용 담당자가 면접에 같이 할 경우 이 부분을 집중 질문해주시겠지만 같이 직접 일할 사람의 입장에서 필요한 질문들을 같이 드려도 좋다. 


내 경험 상,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바로 이 3단계이다. 앞의 질문들이 '능력있는 지원자'를 가려내는 것이라면 3단계 질문들은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내는 과정이다. 의외로 많은 면접들이 이 과정에서 뻔한 질문들을 생략함으로서 (굳이 뭘 물어봐, 다음 면접에서 가려지겠지, 수습에서 가려지겠지 등) 지원하시는 분의 핏과 커뮤니케이션, 레퍼런스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1번 과정과 2번 과정에서 당연히 많은 부분이 판가름 나겠지만 설사 1,2번이 좋았다 하더라도 3번의 질문들을 통해 이 분과의 핏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갸웃 하는 답변이 나오더라도 조직과 면접관의 가치평가에 따라 어느정도까지 그러한 답변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인가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반영하지 않더라도, 사전 체크를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뻔히 답이 보이는 질문들과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같이 드리는 것이다.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동료들의 평가는 어땠는지 등. 대개 많은 분들은 여기서 무난한 답변을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매우 인상적인 답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다.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드리라는 것은 압박면접을 진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면접을 진행하다보면 답변의 과정에서 다소 모순적이거나, 이 사람이 숨기고 싶어하는 업무상 약점 등이 드러날 때가 있다. 위에서 얘기한 '뻔한 질문'을 통해 드러날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해 정중하게 추가 답변을 요청하거나 가설을 제안해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은 왜 중요할까? 정말 기가 막히게 면접을 잘 보는 매니져 동료가 나에게 했던 얘기가 있다.


동료를 뽑고 같이 일 할때 장점만 발휘되면 좋지만, 사람은 다양하고 모든 일이 그렇듯이 최악의 경우가 갑자기 터질 때가 있다. 사실 조직에서 일을 할때의 장점은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이 사람이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가 없을지는 정말 천차만별이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면접은 최대한 부정적인 입장에서 검증을 해나가는 게 맞다


100% 다 동의하진 못했지만 '리스크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십분 공감했다. 특히 조직원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큰 작은 조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리스크라는 것은 '이 사람이 하자가 있다'는 판단이 아니라, 우리가 뽑으려는 직군과 조직 문화,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했을 때 같이 하면 서로 힘들어지는 '핏'의 문제이다.
실제로 질문들을 하다 보면 의외의 포인트에서 '아, 이 분은 우리랑 맞지 않겠구나' 판단되는 분들이 자주 나온다. 이 3단계에서 반전이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이런 사례들이 있었다.

예시 1) '동료들에게 받았던 평가 중 가장 좋았던 피드백은 무엇이었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 '제가 독불장군이라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업무를 추진해서 결국 실적을 올렸다는 피드백이 맘에 들었습니다' 라는 답변이 있었다. 해당 직군은 협업이 매우 중요한 직군이었는데, 만약에 상품기획이나 리더급이었다면 어느 정도는 긍정적인 요소로 판단할 수도 있었던 답변이다. 물론 그 경우에도 어려웠겠지만...

예시 2) 역량과정에서 답변이 모호했지만 일단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 대표면접으로 올릴려고 생각했던 순간, 3단계 질문들을 드리다가 전 직장에서 조직내 적응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직을 결심했다고 답변하셔서 혹시 어떤 부분이 제일 어려웠는지 여쭤봤다. 그 분의 답변은 '저는 합리적인 편이라 여자 상사랑 잘 맞지 않아서 이직할려고 한다' 는 답변도 있었다.


진짜 이런 기분이었다.


예시 3) 의외로 많은 케이스. 역량과 상관없이 어떤 개인의 야망을 조직이 채워줄 수 없는게 명확할 경우. 이건 개인의 성향이기 때문에 면접에서 플러스 마이너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자를 뽑는 JD에 지원하시곤 '임원/리더를 달겠다'는 의지를 1-2단계에서 계속 보여주셨던 분이 3단계 과정에서 "해당 직군의 리더급 선발은 현재 계획이 없다"고 했을 때 너무 실망하는 표정을 보여주신 적이 있다. 설사 서로 맞아서 온다 해도, 이 분은 일을 정말 잘 하셨겠지만 본인이 목표한 바를 조직이 줄 수 없다는 박탈감도 컸을 거라 생각했다.

비슷한 케이스로, "이전 조직에서는 ~~한 일을 했지만, 이 곳에서는 A부터 Z까지 다 같이 하셔야 합니다"라고 작은 조직의 어려움을 어필했을 때. 다들 웬만하면 무난한 답변을 할 거 같지만 "아 제가 그럼 진짜 그거까지 해야 하나요?"라는 분도 계셨다. 당연히 조직이 블랙기업처럼 직군 외에 일까지 시키겠다는 게 아니었다. 마케팅이라 치면 이전엔 전체 운영과 전략기획만 했지만 이제는 광고채널의 직접 운영과 콘텐츠 기획등을 한땀 한땀 같이 해야 한다 그런 내용이었고, JD에도 기재가 명확히 돼 있었다. 이런 분이 오시면 위와 같은 이유에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



-앞으로 이 일을 하시면서 단기적이건, 장기적이건 목표로 하시는 부분이 있다면?

-만약 이직하시게 된다면, 이 조직과 팀에 기대하시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지.

-00님께서 동료들에게 받았던 피드백 중 가장 좋았던 피드백과 가장 반성됐던 피드백. 각각의 상황은?

-00님은 동료들에게 어떤 사람인가요.

-일을 포함해 00님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이전 조직에서 느끼셨던 단점인 000란 부분이 이 조직 내에서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어떤 조직일때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시나요 / 어떤 유형의 사람과 시너지가 나거나, 혹은 어려운가요.

-이직 사유는 무엇일까요.

-이 조직은 000한 장점과 000한 단점이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우려되시는 부분이 있으신지.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내세우실 수 있는 경험과 장점이 있는지.

-동기부여를 크게 받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이 조직에서는 ~~한 부분까지도 같이 하셔야 하는데 이 점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면접관도 면접을 본다 : 질문 했다고 끝이 아니다.


자, 준비해 온 질문도 다 던졌다. 대략 윤곽도 그려진다. 리뷰를 해봐야겠지만 일단 큰 산은 넘은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면접을 마무리하는 것은 면접의 60% 정도만 진행한 격이다. 회사 측의 질문이 끝났다면 이제는 마이크를 면접자에게 돌릴 시간이다.


 면접을 보는 사람들은 면접자에게도 궁금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 사소한 질문이어도 좋고 비전과 같은 거창한 질문이어도 좋으니 면접자에게 질문을 요청하자. 나의 경우 "이제는 000님이 저희를 면접 볼 차례입니다" 라고 운을 떼고 무엇이든 좋으니 적극적으로 궁금한 점을 말씀해달라고 요청드렸다. 그 과정에서 인상적인 질문을 던지는 면접자들이 의외로 많고, 또 거기서 많은 것들이 가려지기도 한다. 사업모델의 적합성을 꼼꼼하게 따져 묻는 면접자도 있었고,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면접자도 있었다.


무엇보다 면접자가 들어와서 나갈때까지 이 모든 과정은 회사가 면접자를 면접보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면접자도 회사를 면접보는 과정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다들 직장생활이 어느정도 쌓인 분들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구직자로서의 간절함과 어려움이 희미해질 시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돌이켜본다면, 그때 어떤 마음으로 면접을 봤고, 면접관들을 스스로 평가했는지 생각해본다면 어떤 것이 좋은 면접의 애티튜드인지 되새겨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면접을 봐도, 막상 같이 일해보면 항상 예기치 못한 반전이 있다. 기대 이상이거나, 이하거나, 그분 입장에서도 조직이 맞지 않거나...사실 서류 몇장과 길어야 몇시간의 면접을 통해 이 사람을 100% 다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일이다. 오죽하면 OKR의 창시자 앤디 그루브가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에서 면접에 대해 달았던 부제가 "가장 어려운 임무 : 면접과 퇴사 만류"다. 이 파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다음과 같다.



가까이에서 일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해도 직원의 지난 실적을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을 자리에 앉혀 놓고 1시간 안에 그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잘 업무를 수행할지 판단해야 한다니! 성과 평가가 어려운 일이라면 면접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물론 면접이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그것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면접 실패의 리스크가 높다는 점을 미리 인식해야 한다.

면접의 성공을 보장하는 방법이 과연 존재할까? 몇 년 전에 나는 인텔의 고위직에서 일할 사람을 면접한 적이 있다. 나는 가능한 한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이 면접을 진행했다. 나는 그 사람의 스킬, 과거 성과, 가치 등이 매우 마음에 들어서 그를 채용했다. 하지만 첫 출근일부터 그는 골칫거리였다. 나는 의기소침해져서 면접 기록과 레퍼런스 체크 때 나눴던 대화를 모두 살펴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내가 왜 그 사람의 상당히 큰 결점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 면접을 진행하더라도 아무것도 보장하지 못한다. 행운을 얻을 확률을 조금 늘려줄 뿐이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 | 앤드루 S. 그로브, 유정식, 유정식 저


하지만 정말로 어쩌겠는가? 리스크가 높으니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다음 편에서는 마지막으로 면접 종료 후 리뷰 및 면접의 애티튜드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