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타기인생 Oct 12. 2023

돈 벌려고 만들었으면 잘 파는 게 우선이지

메디큐브를 보면서 

요즘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되는 회사는 APR. 수많은 미디어커머스 춘추전국 시대에서 최종 승자가 된 회사다. 가치평가도 어마어마 할 것이고 아마 상장도 무난하게 하겠지. 근데 그런 것과 별개로 이 회사의 집념이라던가 방향을 장사를 돕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브랜드들이 브랜드 스토리. 기획 스토리. 브랜딩 요소 등을 고민하고 염두에 두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일에 큰 관심이 없다. 브랜드 자사몰 가서 브랜드 스토리를 신경쓰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상세페이지의 구구절절한 히스토리는? 특히 팔려고 만든 브랜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시장에 내가 차지할 만한 기회가 있으니 잘 팔아보자 하고 만든 브랜드가 취해야 할 최고의 스토리는 ‘이런거 필요했죠? 안 사곤 못 배기겠죠?’라는 집요한 상세페이지와 광고. 그리고 유입 후의 쾌적한 경험 (구매부터 cs까지)가 전부다. 그 외의 다른 것이 아니란 생각을 메디큐브 보면서 요즘 많이 한다.

이 쾌적함...이 집요함...


브랜드의 매력을 사람의 매력에 비유하는 걸 좋아하는데, 사람도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매력적이듯이, 브랜드도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잘 아는 브랜드가 매력적인 법이다. 그래서 메디큐브 AGR상세를 보면서 진짜 놀라기도 했고 감탄도 많이 했다. 정말 이 브랜드는 모든 초점이 어떻게든 상대를 ‘쾌적하게' 설득해서 이 비싼 제품을 사게 만들겠다는 의지로 가득하고 자신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는다. 나는 이런 목적 지향이 잘 드러나는 결과물을 참 좋아한다.


물론 제품을 파는 다른 방법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다 메디큐브 처럼 하겠나. 광고 콘텐츠 베이스가 아닌 소비자와의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성장하고자 하는 사업도 있을 것이고, 오프라인 베이스 사업의 로직은 온라인의 사업과는 완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떤 형태건 브랜드를 만든 목적은 상품에 드러나게 돼 있고, 그 한계를 깨는 것은 매우...매우! 어렵다. 


 그리고 어떻게 팔 생각으로 만든 제품인지도 드러난다. 메타 광고로 팔 만한 제품이 갖춰야 하는 조건이 있고 쿠팡에서 잘되는 제품의 조건이 있고, 공구에서 잘되는 조건이 있다. 기획자의 절절한 아쉬움이 있는 제품이 있고 시장 기회를 노리고 만든 제품이 있다. 그리고 그 기회를 통해 브랜드가 성공하면, 다른 방식이나 기회를 도입하는 것은 한없이 힘들어진다.


브랜드를 하다 보면 마케팅이나 운영 만으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온다. 경험 상 그 한계들은 초반의 설계에서부터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제품이건 브랜드건 런칭 할때마다 애시당초 이걸 했던 이유가 뭘까? 왜 이게 잘될거라고 생각했나?를 기획자 분들께 항상 여쭤봤던 거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 만든 존재라면 돈을 벌기 위한 기술을 총 동원하는 게 맞다. 사람들도 오히려 그걸 반긴다. 근데 돈을 벌기 위해 만들었는데 어떤 고상한 목적이 있는 것 처럼 스토리를 만들거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핵심(내지는 그래야만 팔 수 있는 제품)인데 광고 물량전을 하거나 하면 좋은 결과를 내는 게 많이 어렵다. 


브랜드를 보여주는 데 있어서도 기획자 개인이 느꼈던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게 스토리가 될 것이고, 역사가 긴 브랜드라면 쓸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을 것이다. 메타보다는 인스타 오가닉이 잘 맞는 브랜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시장에서 애시당초 잘 팔아보고자 만든 것이면 팔기 위한 기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아닐까. 팔기 위해 만들었다면 디자인의 목표는 쾌적한 구매경험을 위한 비주얼 최적화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마케팅의 목표는 인지나 브랜딩이 아니라 ROAS와 재구매 확보가 되어야 한다. 콘텐츠의 목표는 유능한 디지털 영업사원의 양산이고.


브랜드와 사랑에 빠지는 일은 특정 카테고리에서나 드물게 벌어지는 일이고 그런 기적같은 일을 바라며 제품을 파는 것은 지나치게 공상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쾌적하게 잘 팔고 많이 팔면 그게 곧 브랜딩이니까.


그렇게 했던 곳들이 결국 어떻게든 버티고 성과를 냈던 것 같기도 하고...어떻게 해야 또 더 잘 해볼수 있을까. APR 보면서 많이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