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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Dec 05. 2023

관계 속에서 제품의 USP를 찾는 법

1 . 제품을 기획하거나 파는 과정에서 USP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한다. 정말 오래된 개념이긴 하지만  USP를 제품 기능과 콘텐츠/광고의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느냐가 항상 실적을 가르는 중요 포인트였던 것 같다. 


2. 본래 의미에서의 USP는 제품 고유의 강점이라는 뜻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제품만이 할 수 있는 가치제안 내지는 우리 제품을 사야하는 이유 정도로 의미가 확장됐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USP 요소란 기능 / 가격 / 디자인 이 3가지의 상대적 우위와 합계에 의해 결정된다. 비슷한 제품이어도 더 싸면 / 더 이쁘면 / 기능이 하나라도 더 있으면 USP는 성립한다. 이 중에서도 기능의 요소가 판매콘텐츠와 가장 밀접하게 붙어있다.


3 . 그런데 USP를 저 세가지로만 보게 되면 마케팅/세일즈에 어려움이 발생한다. 제품 자체가 애시당초 특별한 기능성이 없는 제품일 수도 있고 (이를테면 선물용 브랜드) 시각화 시켜서 보여주기 어려운 제품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건강기능 식품들) 혹은 이미 그 USP가 너무나 많이 소구돼 특별한 가치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가격경쟁에서 답이 없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USP라 해도 유효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때는 새로운 포인트들이 필요해진다. 실물 상품은 즉시 수정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에 기능의 신규제안은 시간이 필요하다. 


4 . 이런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내가 초점을 맞추는 건 상품의 사회적 관계와 맥락이다. 상품이란 누군가가 만들고, 사고, 받고, 쓰이는 존재다. 상품 하나에는 정말 여러가지의 사회관계가 녹아들어 있고, 또 녹아들어갈 것이다. 때문에 바로 어필되는 기능적인 요소가 크지 않더라도 '그 누군가의 입장과 반응'에서 돌파구가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실감했던 사례는 이런 경우. 


a. 강아지 방석이나 식기를 팔때 방수. 원단 퀄리티, 식기 재질이나 각도 등의 기능적인 부분의 B&A보다 그 방석을 보고 달려들어 긁고 기뻐하는 반려동물의 '기쁜 반응'. 그로 인해 개선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일상 생활 반응'을 제안.   


b. 기능적인 요소가 적은 선물용 무드등 제품 판매에서 무드등의 디자인과  부수적인 기능을 설명하기 보다. 그 선물을 받고 놀라고 기뻐하는 당사자의 '표정과 반응'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c.안주용 음식 종류 판매시 맛과 가격보다는 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행동+제품과 비교하기. - 배달보다 싸다 / 극장에서 먹던 맛 그대로 / 요리 안해도 된다 

d. 체력 보강 건강기능식품 소구에서, ‘짜증을 덜 내는 여유있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제안으로.


e. 만드는 사람의 ‘과정'을 강조. 공장에서 손수 하니까 패키지도 투박하지만 좋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제안 (패키지 리뉴얼 후 여러 요인이 겹치며 급격하게 매출이 하락했었음)  


f. 소셜 프루프를 활용한 접근 - 가장 무난한 접근이지만 시간이 좀 걸리는 게 단점. 모두가 다 이 제품을 좋아한다. 너와 같은 고민 있는 사람들이 이걸로 문제를 해결했다. 반응이 좋다 등등...갈수록 신뢰도가 떨어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5 . 특히 선물류의 제품들은 기능성보다는 그 순간의 심미적 만족감이나, 전달해주는 기쁨이 큰 경우가 많은데 의외로 시장에서 이 부분에 주목하여 콘텐츠를 구성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반려동물 쪽은 동물들의 반응이 워낙 직관적이다 보니 이런 방법론이 자리를 잡은지 꽤 됐다. 
처음에 모 브랜드에서 반려동물 빗을 낸다고 했을 때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빗에 얼굴을 부비는 동물들 영상으로 판매를 폭증시키는 걸 보면서 다시 한번 내 부족함을 절감했던 경험이 있다.  

6 . 받는 사람이나 사용하는 사람의 즉각적인 반응 자체가 좋은 USP가 될 수 있는 카테고리들은 항상 있을 것으로 보이고, 이 부분은 여전히 콘텐츠 개발이 곧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7 . 물론 이런 돌파가 매번 잘 되는 건 아니다. 제품이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관계와 맥락을 활용한 USP를 제안하는 것은 자칫 역효과만 날 수도 있다. 써보니 별거 없는데? 내가 기대했던 그 반응이 아닌데? 브랜드가 생각하는 가치제안의 합이 소비자들이 평가하는 것과 갭이 너무 크면 판매가 적거나, 이익이 남지 않는다. 

8 . 제품의 기획 단계 중, 가격 책정 단계에서 이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기획자나 대표가 생각하는 가치제안의 합이 시장의 평균가보다 높은데, 제안의 매력도가 그만한 가치가 없다면 제품은 외면받는다. 가치제안에 너무 자신이 없어서 원가율이 높은 형태로 가격을 구성하면 팔아도 적자만 난다. 온라인의 장점은 이 가치제안을 비교적 빠르게,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니 그나마 다행일까. 

9 .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서도 계속 놓치지 않고자 하는 건 이걸 사고,받고,쓰는 맥락과 반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제품의 내재적인 기능에만 집중하다보면 이 부분을 놓칠 때가 많다. 그럴 때는 이 제품이 나오는 과정이나 소비자나 사용자에게 도착했을때 끌어내는 반응들 중 사람들의 눈길을 잡을 만한 요소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게 항상 도움이 된다. 

10 . 그리고 어쨌든, 사람들이 제품을 사서 쓰는 것은 그 제품의 사용 과정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자는 게 아니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끌어내고 싶은 반응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에서 커머스 브랜드란 사람들에게 수단을 파는 것이고, 이 수단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건 항상 도움이 된다. 

11 . 물론, 해도해도 도저히 안되는 상품도 있다. 되는 줄 알았지만 추락하는 상품도 많다. 좋은 제품이지만 시기상 너무 늦었거나, 너무 빨라서 안되는 제품도 많다. 냉정하지만 그 상품은 사실 가치제안에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고, 그 판정은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난다. 파는 사람들도 만든 사람들도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할 수 없을 뿐. 세상에 상품은 너무 많고, 모든 상품이 다 가치를 지닐 수야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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