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플루언서와 브랜드 사업
화제의 넷플릭스 프로그램 <더 인플루언서>. 이 프로그램 보면서 참 할 말이 많아졌는데...내가 하는 브랜드 프리랜서 일과 엮어서 생각해보자면 진정성 있고 장기지속적인 브랜드와 그렇지 않은 브랜드의 차이를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통해 실감했던 거 같다.
라이브방송 시청자 수로 순위가 갈리는 미션에서,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본인이 전문적으로 해오던 콘텐츠에 집중해서 라이브방송을 진행한다. 그러나 자극적으로 벗고 말하고 사람 모으기 바쁜 인플루언서들 속에서 시청자를 모으기 힘든 상황이 온다. 유튜버 수익을 공개한다느니, 섹시댄스를 춘다느니 그 속에서 이사배는 결국 1차에서 하위권에 편성되고, 5분마다 탈락자가 결정되는 2차 본선이 진행된다.
다들 조급해진 와중에 노골적인 방송들이 연달아 진행되는데 그 속에서도 이사배는 절대 자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다. 이사배는 결국 시청자들에게 조금만 더 있어달라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팬들도 시간이 늦었는데도 "켜놓고라도 잘께요"라는 식으로 방송을 지킨다. 방송본 기준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관계'를 보여준 사람이 아닌가 싶었다. 다른 고자극 인플루언서들한테 나오기 어려운 반응 아니었을까.
프로그램 속 인플루언서들의 모습들이 브랜드 사업의 모습과 자꾸 오버랩됐다. 일단 관심끌고 보자, 뜨고 보자라는 마음으로 어그로를 끌거나, 방송 내/외의 모습을 한없이 자극적으로 끌고가거나. 필요할때만 시청자/소비자를 찾거나...브랜드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를까? 일단 매출/트래픽 올려보자 하면서 온갖 말도 안되는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하는 브랜드들과 <더 인플루언서> 속 고자극 저질 인플루언서들이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이사배 같은 브랜드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수도 몇 없다는 것이다. 콘텐츠로, 제품력으로, 좋은 마케팅으로 승부하는 것은 참 많은 공수가 든다. 당장 벗고, 욕하고, 난리치는 것이 관심이 되는 쪽으로 짜여진 판에서 그걸 거부할 용기있는 사람은 많지가 않다. 좋은 브랜드를 모두가 따라갈 순 없지만, 그들을 존경해야하는 이유다.
적절한 어그로를 끄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게 근본 체질이 되어버린다면 과연 미래가 있는가. 어제는 어떤 건기식 브랜드를 우연히 봤는데 회사명을 보고 기겁을 했다. 이 회사는 무슨 생각으로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까.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할 생각은 있을까. 직원들은 여기 오고 싶을까. 눈길은 확 끌지만 그냥 한탕 하고 가고 싶은 느낌이 풀풀 나는...그런 회사의 제품을 사고 싶겠는가.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 속에는 "어차피 인플루언서는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존재인데 욕먹어도 어그로 끄는게 본업 충실 아니냐"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나쁜 트래픽도 좋은 트래픽이다 라는 식의 발상으로 뭔가를 할 거면 차라리 그 일을 접는게 세상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온갖 문제적 발언과 사기성 코인에 연루된 오킹이었다는 것도 참 시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