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도 매년 마케팅 계획을 짠다. 이 문장을 [브랜딩의 과학]이라는 책에서 읽었는데 돌이켜 보니 요 몇년간 읽었던 업무 관련 책 중 가장 오래 남은 구절이 아닌가 싶다. 참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되새길 수록 미묘한 여운이 남는 말이다.
요즘 동업자들 만나면 하는 얘기가 다 비슷하다. 이 판은 뉴비가 최고야~ 매번 새로운 상품, 새로운 브랜드...좀 줄어들만 할법 한데 어떻게 그렇게 새로운 게 매번 나오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때는 커머스 브랜드의 최종 목표가 "한 제품으로 오래오래 사랑받는 것" 이라고 얘기하던 때도 있었고, 아직도 그런 꿈을 버리지 않은 멋진 브랜드도 많다. 같은 맥락에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국민템'을 만들 것인가. '연속 히트템'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한다.
하지만 전자는 계획을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제품을 열심히 팔고 꾸리다 보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됐고, 또 건너 건너 보니 결국 전자도 '오래 사랑받는 일'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상황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스몰 브랜드들에게는 특히 더 먼 이야기기도 하고. 물론 작은 규모에서 오래 사랑받는 걸 목표로 하는 길도 있고, 그 길도 멋지지.
나는 이제 '하나를 오래' 같은 건 정말 희소하고, 그 희소성을 노리는 건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 업에서 쳇바퀴는 숙명이다! 새로운 제품과 브랜드, 계획을 내는 일에 익숙해지는 게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스몰 브랜드 클라이언트들하고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결국 제품이 계속해서 리뉴얼되고 나오지 않으면, 마케팅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오고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잠깐 명줄을 늘려놓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얼마나 지치는 일인가? 상품기획 하시는 분들은 더 심할 것이다. 요즘 새로운 상품 뽑는 것이 정말 어려워져 기획자들이 다들 시름이 한가득이다.
나는 브랜드를 내실있게 꾸려나가는 일이 중요해진 시대임에도, 여전히 도파민 폭발하는 매출/효율 상승의 순간을 너무 좋아하고. 아직 여전히 그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브랜드를 사랑받게 하는 일 보다는 브랜드의 매출/이익을 올리는 일이 내게는 더 재밌고 뜻깊다. 왜냐면 사는 것이 곧 브랜딩이라고 믿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어떤 브랜드가 ROAS 폭발해서 난리 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괜히 나까지 심장이 두근거려서 잠을 못자는 것이다. 해도 해도 잘 안질리는 일이다. 그렇다 해도 지칠 때가 당연히 있다.
그러나 그렇게 지칠 때면 "코카콜라도 매년 마케팅 계획을 짠다"는 문장을 생각한다. 그치 코카콜라만 하겠어. 애플도 하겠지. 심지어 나는 코카콜라도 애플도 아닌데. 이 상품의 세계라는 게 그런 것이지. 언제나 BRAND NEW 여야 하는. 그냥 알아서 팔리는 상품, 오래오래 그냥 사랑받는 상품 같은 건 세상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