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을 바꿔봐야 진짜 가치가 보인다.
1. 제품을 팔다보면 가격 인하/인상에 대해 사람들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가격은 어느정도 조정되어야 할까? 아래는 내 짧은 경험들 하에 생각해본 내용들. 합리적인 방식들은 아닐 수 있다.
2.나는 런칭 시점에는 무조건 가격을 다양하게 던지라고 말씀드린다. 최소 1개월은 가격을 다양하게 적용해서 뽑아보는 것이 더 잘 팔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 전환율과 찜수, 장바구니율은 어떻게 바뀌는가? 실제 매출은 어떻게 늘고 주는가? 잠정적인 마진은? CS는?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은 리서치 등이 필요하고 스몰브랜드가 그런 방법론을 택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의 유연성, 기획자의 직관력, 패키지의 효율화, 공장과의 관계와 협상을 통한 원가절감 (50원이라도…!!)을 택하는 수밖에 없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에게 여러 가격을 노출하는 건 간단한 방법이자 가장 많이,자주 해봐야 하는 일이다.
3. 이때 가격의 하방은 원가와 여러 비용, 광고비 최대치까지 집행하고 나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수준인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재고를 그냥 손해보고서 현금으로 만들어야 할 때는 제외. 근데 내 경험상 재고가 이 단계까지 오면 차라리 폐기를 하거나 기부로 진행하는 것이 답인 경우도 있었다. 물론 재무적 관점에서는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나는 '폐기비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재고처리 액션의 가치를 따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식품이라면 타임라인 정해놓고 바로 폐기로 가야겠지만.
4. 무엇보다 가격을 결정하는 강제적 요인들이 몇가지 있는데 하나는 원가이고 두번째는 시장의 일반적인 가격. 세번째는 우리 브랜드가 물건을 파는 방식이다.
이 세가지가 작용하면서 가격의 상방/하방을 결정한다. 규모가 작거나 생산의 이슈가 있다면 원가는 올라간다. 조금 개성을 추구하고자 해도 원가는 올라간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쓸려는 비용은 한정이 돼 있다. 광고 위주로 판다면 매출에서 빠지는 광고비를 무시할 수 없고 유통처면 수수료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은 제품을 기획할때 이미 목표원가와 목표판가가 어느정도 윤곽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시장의 제약을 벗어나서 비싸게 팔고 싶다면 시간이라는 자원이 들어가는 걸 감수해야 한다. 무엇을 원하는지는 결국 오너의 몫이다.
5. 때문에 '가격 조정은 최악의 방법이다'라는 말은 자기 제품에 대한 객관화 없음을 변명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가치제안이 타사보다 +5천원은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아닐 수도 있다.
당연히 이 역도 가능하다. 우리가 너무 싸게 파는 것은 아닌가? 실제로 조정해보니 좋아지는 케이스도 있다. 구매율의 상황이 판매량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마진을 개선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시도해볼만할 것이다.
6. 무엇보다 작은 브랜드, 신규브랜드들은 첫 진입, 첫 구매가 더 많고 더 중요한 곳이다. 이러한 유연성 내지는 익명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1만원 짜리를 5만원으로 올리자는 것은 아니지만 +-20% 내에서는 가격의 반응도를 본다고 해서 매출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여차 하면 다시 복구시키면 된다. 많은 브랜드들이 가격을 손대면 손님이 떠날까 걱정을 하시지만 내가 겪었던 사례 대부분은 손님들의 기억이란 실체가 없었다.
7. 그리고 이럴 때도 가격을 조정해야 할 수 있다. 가격 소구 말고는 추가적인 시장의 확장이 어려울 때. 미디어커머스 시장 활황기의 대표적인 유통전략 중 하나는 '자사몰에서 최대한 팔고 유통으로 넘어간다' 였는데 이게 자사몰 효율이 5~600%를 찍던 시절의 이야기임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겠다.
8. 가격 조정은 쉽다. 쉽기 때문에 강력하고 해야만 한다. 당연히 나도 아무런 개선 액션 없이 가격부터 조정하는 것은 항상 반대한다. 하지만 쉬운 액션 대비 하여 가장 효과적인 툴이기도 하다. 프로모션은 여전히 가격소구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업계 종사자들도 생활인으로서 더 합리적(저렴한)가격에 반응하면서 우리 제품은 그 중력을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모순적이지 않을까.
9. 그래서 브랜드는 가격에 대한 고민을 정말정말정말 많이 해야만 한다. 가격변경만으로 이익과 매출이 달라진다. 가격 조정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건 누구나 그렇듯 "무언가 그래도 시간을 들여서 해야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과, "비싼 제품을 설득해서 파는 일"이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암묵적 합의가 있기에 그런 것은 아닌가?
10. 반대로 그 쉬운 액션을 통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이것같이 좋은 일이 어디 있는가. 애시당초 내가 하는 제품의 시장가치가 그 정도라면? 가격 조정을 반드시 사수해야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오히려 시장에서 우리 제품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