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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타기인생 Jun 13. 2019

after KNYC 2019 (1)

역시 협회는 다 계획이 있구나.

 매년 3월이 되면, 요요 커뮤니티는 올해의 KNYC(전국대회)가 언제/어디서 열릴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7월은 아시아대회 시즌이고, 8월은 세계대회 시즌이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5~6월 사이에 각국의 전국대회를 개최하는데, 한국도 6월에 대회를 매년 열고 있다.

KNYC 2018 사진 / 촬영 : 이수현


 근데 이 대회를 치루는 일이 고정된 조직의 전업이 아니고, 요요인들이 자원봉사 개념에서 모여서 꾸리는 일이다 보니 항상 어렵게 진행이 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여러가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측면이 불가피하다. 다른 업무를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협의를 통해 꾸리는 것은, 당초에 그러한 목표는 아니었으나 결국 전국대회가 사익화되거나, 무리한 운영으로 지속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는 아주 좋은 체계가 되었다. 또, 커뮤니티가 장기간 이어오면서 성인 회원들의 비중이 늘어나 몇년 전까지 협회장이 업무의 90% 이상을 처리했던 가혹한 시스템도 분업하는 방향으로 잘 개선됐다. 그리고 긴 시간을 버텨왔으니 어느정도 입증된 체제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회사에서 일하는 형태랑은 다르기 마련. 다들 먹고 살다 정신을 차려보면 대회가 코앞이라 그때부터 빡세게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올해도 정신차려보니 3월이 됐다. 이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명 대회 장소를 연초에 확정하자고 이야기 나눴던 게 작년 대회 이후의 일인데. 고작 대회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요요협회 문현웅 회장이 계속 대회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었으나 여러가지 조건들이 맞지 않았다. 당초의 계획은 이러했다.

서울 시내 숙박이 붙어있는 유스호스텔 컨벤션 홀을 대관하여,
캠프+대회처럼 치루자!


 그러나 몇가지 문제가 있었다.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미성년자 선수들을 협회가 케어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다. 그리고 숙박을 일정 수량 이상 채워야 했는데, 그게 사실 상 불가능 해 보였다.

 결국 해당 홀은 취소하고 서울시내 공공기관 한 곳을 컨택했는데, 이곳이 계속 답변을 준다고만 하고 말이 없었던 게 올해 3월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즉, 장소도, 일정도 미정인 채로 대회가 임박한 것.

위 : 연초에 생각한 대회와 협회 / 아래 : 3월 시점 예상된 대회와 협회(....)





 초조해진 문회장과 나는 밥을 먹으며 대책을 논의했다. 예산은 얼마나 남았지? 장소는 어떻게 하지? 20주년인데 뭘 해야 할까? 모르는 분을 위해 설명하자면, 요요협회는 영리사업을 해보질 않아서 근 10년간 누적된 금액을 가지고 (1천만원이 안된다) 매년 아슬아슬하게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예산 대비해 장소는 다 비싸고, 2016~2017 신세를 졌던 다른 도시의 공공기관 대관은 다시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생각해봤을 때 6월 중순 쯤 대회를 여는 것은 대다수의 참가자인 10대들의 시험기간이 겹쳐있는 일정이므로, 일단 6월 초를 목표로 해서 빠르게 대관을 알아보기로 했다. 정 못 구하면 작년에 했던 공공시설 강당(A라고 하자)을 대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작년에도 못구한 싸고 넓고 세련된 장소가 올해라고 나올 리가...최우선 후보로 정해놓은 곳들이 줄줄이 다 비용/스케쥴 문제로 탈락하고 결국 A로 가는 수밖에 없는가? 결정하려던 때, 협회원이자 와이제이 요요샵을 운영하는 종기와 요요제작사인 요요 크래프트 브랜드를 운영하는 병준이가 연락이 왔다. 대회 일정과 장소에 대한 선수들의 불만과 걱정이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다.

당시 문회장과 나의 심리상태.




  4월 9일, 평일 저녁 퇴근하고 문회장, 종기, 병준, 나. 이렇게 네명이서 대책회의를 했다. 두 사람이 요요 시장에서 가장 최일선에 있는 사람이니만큼 선수들의 의견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다. 현재 현장의 의견은 아래와 같았다.


    1년에 한번 있는 대회인데, 공공기관 대강당 등은 대회장으로서의 멋이 없다.  
    1과 같은 이유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는 북적북적한 대회였으면 좋겠다.  
    대회 일정과 준비과정의 공유가 없어
과연 대회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불안하다. 
    매년 스폰서로 참여해주는 업체들 입장에서도 더 매력적인 대회를 원한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년간 시장의 눈이 상당히 높아져있는 상황이었다. 국제대회 참가도 예전보다 쉬워졌고, 국내의 주요 이벤트들도 좋은 장소에서 돈을 들여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 제일 권위있는 대회가 수련관 강당에서 열린다니...선수들 입장에선 좀 맥빠질만도 했다. 

YJ요요클럽에서 주최하는 'YJ요요 페스티벌' 요즘 컸다 하면 다 이정도 규모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좀 야속한 마음이 든 점도 있다. 매년 다들 힘들게 대회를 열고 치루고 있는데, 어떻게든 없는 예산에 꾸려볼려고 한 선택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옆에서 문현웅을 비롯한 많은 협회원들이 대회때마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를 알기 때문에 더 그런 마음이 울컥! 몰려왔다. 심지어 작년 말에 이런 문제로 협회원 중 하나와 격한 말을 주고받은 적도 있어 더 그랬다. 더군다나 요요 커뮤니티 내에서 성인들끼리는 이런저런 문제로 갈등이 있어 어느정도 갈라져 있기도 했고. 결국 이런저런 이슈로 잘 해보자고 협회를 한번 새로 정비한 상황이었는데...그래도 우리가 미비한 부분이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었다.

  갑론을박 끝에 지금까지의 협회 기조와는 다른 방향으로 올해 대회를 짜보기로 했다. 지금 협회의 구성원들이 다 워낙 합리적인 분들이라 잘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한 부분도 결심의 중요한 이유였다.

 지금까지의 협회의 기조는 이렇다. 협회가 별도로 돈을 벌 가망이 없으니, 최대한 돈을 아껴서 쓰고, 대회를 장기간 존속시키는 것을 목표로 운영하자. 이 과정에서 운이 좋다면 2016,2017처럼 좋은 공간을 저렴하게 쓸 수 있겠지만 그럴수 없다면 다소 장소의 퀄리티가 낮더라도 최소한의 진행을 할 수 있도록 하자 라는 주의였다. 


이렇다는 거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별게 아니라, 협회 예산은 십년이 넘는 시간동안 많은사람들의 도움과 협력으로 구성된 귀한 돈이어서 이를 함부로 판단하고 쓸 수 없다는 걱정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 요요회사로부터 받은 스폰서 비용 + 선수들로부터 받은 참가비용을 합해서 대회를 치루고, 남은 돈이 누적되어 형성된 것이 지금의 요요협회 예산이다.

다행히 요요 커뮤니티가 정말 온갖 갈등이 있었음에도 20년 동안 대회를 치르는 돈에 관해서는 갈등이나 잡음이 전무했던 것은 이런 점을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고작 몇푼으로 무너진 커뮤니티들이 수두룩 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런 사례를 수없이 알 것이다. 

 한국의 요요 커뮤니티는 정말 이 점 - 나는 이걸 공공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에 관해서는 운이 좋았고 또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전임/현임 회장들과 협회원들이 이 부분에 대해 결벽증이다 싶을 정도로 투명한 기조를 유지해왔다. 생각해보면 , 2000년의 첫 대회는 당시 사실상의 협회장이었던 방정환님이 사비를 지출해서 연 대회이기도 했다. 2대 회장이었던 신웅철님은 매년 대회가 끝나면 몸살로 앓아눕곤 했다. 그렇게 만들어온 대회이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물론 냉정히 말하면 규모가 크지 않고, 서로간에 관계가 끈끈하기에 비용 < 관계라는 공식 상 유지해왔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사가 꼭 그렇진 않다는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서로 물고 뜯는 사이어도, 전국대회와 협회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이건 이 커뮤니티의 공공재니까.

 

이 전설적인 유행어가 나왔던 루리웹 사건을 생각해보자

 그러나 이대로는 아예 안되겠다는 생각에, 좀 더 공격적으로 돈을 써서 좋은 장소를 확보하고, 참가비/관람비/스폰서 비용 및 자그마한 영리활동 등을 통해서 적자를 면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올해 KNYC를 치뤄보기로 했다. 


 그런 결론을 내리고 협회원들이 적극적으로 2주 가량 장소를 물색했고. 백화점 쪽, 공연극장 쪽, 호텔 쪽. 이렇게 세군데로 후보가 좁혀졌다. (각각 b,c,d라고 하자) 모든 행사가 그렇듯 장소를 정하는 게 80% 정도다. 나머지는 정말 부수적인 일들이다. 그래서 장소 결정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b. 백화점에 다니는 친구의 소개로 컨택을 할 수 있었다.  조건은 완벽했다. 요요에 관심있는 관객 뿐 아니라 유동인구를 관객으로 데려올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잘만 운영한다면 요요 커뮤니티를 늘리고, 스폰서 부스들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공간이 넓으니 요요를 하는 데 제약도 별로 없었다. 대회장으로 쓸 홀의 높이나 넓이도 충분했다. 무엇보다 사업자 측이 매우 우호적이고 적극적이었다. 걱정했던 입장/퇴장 시간도 조율해줬다.

그러나 결국 탈락. 상업공간이다보니 요요회사들이 협찬 조건으로 대회장 내에 오픈하는 판매부스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서로 없었다. 무리해서 우리만 예외로 해달라고 얘기하는 것도 그간 보여준 호의에 실례인 것 같아 더는 협의하지 않고 정중히 말씀드린 후 논의를 마무리했다.

대략 이런 그림

그 다음 c.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공연장으로 대회장으로 쓰게 될 극장의 컨디션과 동선이 너무나도 좋았다. 나는 이 곳을 보자마자 무조건 여기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하트 뿅뿅.

 좌석 전체를 넣고 뺄 수 있는 가변식 좌석이라 이벤트를 하기도 좋았다. 심지어 비용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싸게 나왔다. 선수대기실로 사용 가능한 공간도 완벽했다. 극장이다 보니 관객 동선 통제도 깔끔했다.

 극장 측도 매우 우호적으로 나와 많은 부분을 협조해주시겠다고 했는데, 문제는 대회장 외 다른 공간의 크기였다. 참가자나 관객들이 마음껏 요요하고 교류할 장소가 너무 협소하고, 부스를 놓을 공간이 긴 통로의 형태라 노출도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이곳도 정중히 말씀드린 후, 마무리.


대략 이런 느낌인데, 이것보다 훨 크고 높았다.


 마지막으로 d. 이 곳이 이번에 진행한 인천 하버파크 호텔이다. 넓고, 개별 부담이지만 숙박 딸려있고, 부스 운영도 문제 없으며 요요 하고 노는 것에도 전혀 거리낄게 없다. 


 문제가 있다면 서울이 아니라는 점과, 대관비용이 비쌌다는 것....정말 역대급으로 비싼 장소였다. 문현웅 회장이 이 장소 섭외를 위해 정말로 고생을 많이 했고, 호텔측도 많은 배려를 해 줘서 결국 이 장소로 결정이 됐다. 다시 한번 많은 배려 해주셨는데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b,c 담당자 분들께 사과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장소로 결정하고 나서 문현웅 회장은 계속 '우리에게 내년에 기회가 있을까?..'라는 말이 입에 붙었고, 나는 '올해 어차피 예산 다 쓸 테니까 이제 대회 없애자...'라는 말을 달고 살게 됐다. 우리 둘은 모여서 꽁트를 하기 시작했다. '청문회 열면 어떡하지?' '문현웅 이동훈 주범, 윤종기 전병준 종범...' 대회가 망하는 악몽을 꾸게 된 것은 덤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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