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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Sep 05. 2023

줄넘기



아들이 줄넘기를 어려워해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놀이터에 나가 한 시간이 넘도록 연습을 했다.


날도 습하고 몸도 마음도 피곤해 처음에는 대충 하고 들어와 씻고 싶은 생각뿐이었으나 노력하는 아들의 모습에 나도 동화되어 어떻게든 하나를 넘을 수 있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우선 하나를 넘는 감각을 익히면 그다음은 쉬워지는 게 줄넘기니까.


집에서 나올 때만 하더라도 줄 한 번을 넘지 못하던 아들은 결국 처음 한 번은 넘을 수 있는 어린이가 되어 세상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옆에서 보는 나도 뿌듯하고 뭉클했다.



줄넘기에 성공하고 웃는 아들의 얼굴을 보니 아까 잠시나마 이 시간이 귀찮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그렇게 한심하고 부끄러울 수가 없다.


주말에 사진을 찍겠다고 산책이나 할 게 아니라 아이가 더 자라기 전에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 시기에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내 인생의 마지막 순간 밀려올 후회를 덜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다.



늦여름밤 아들은 줄넘기 한 번 만큼 성장했고,

나도 부모로서 줄넘기 한 번 만큼 성숙했다.


유독 길었던 능소화의 계절도 이제 끝나간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올 것 같다.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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