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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욱 Sep 28. 2023

2023 IPA 수상

우린 이제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알아야 해


이제 우리 나이쯤 되면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알아야 해.
회사에서 누군가 칭찬해 주길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거잖아.


_회사 거래처 친한 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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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거래처의 부장님이 저녁을 먹으면서 툭 하고 던지신 한 마디는 그 식사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속 이곳저곳 부유하며 다양한 감정을 톡톡 건드리고 있다. 바쁘신 와중에 일부러 시간을 내 길을 잃은 고양이 같은 나를 불러내서 꼭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 부장님이 참 감사했다. 가까이에 존경할만한 어른이 있다는 건 요즘 세상 정말 큰 축복이다. 


스스로 칭찬하는 법을 모른 채 너무 오래 살아와서 그런 걸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칭찬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냥 작은 것부터 잘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 되는 건데 자꾸 나도 모르게 납득할만한 칭찬의 근거를 찾게 된다. 그러고 보니 2014년에도 스스로 칭찬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다. 회사에서 퇴근한 나는 어느 날 모두가 잠든 시간에 해외 사진 공모전을 응모하고 그다음 해 네가 틀리지 않았다 격려했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은 욕구, 그리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한데 얽힌 평범한 중년 회사원의 퇴근 후 혼자만의 조용한 일탈이자 시험이었다.


2년 전에도 스스로 칭찬이 필요한 시점이 있었다. 스스로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나날이 계속됐다. 고여있는 시간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다짜고짜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잠들면 책상에 앉아 작업해 온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썼다. 그리고 틈틈이 유튜브로 인디자인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아마도 1년 반 동안 하루에 4시간 정도 잔 것 같다. 몸은 잠들고 싶어 했지만 마음은 깨어나길 원했다. 그렇게 올빼미처럼 준비한 원고로 작년 여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나의 첫 번째 사진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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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차경 : 빌려온 풍경> 사진집 1,2권 모두 2023 인터내셔널 포토그래피 어워드(IPA) 프로페셔널부문 책 다큐멘터리 카테고리에서는 한국인으로서 유일하게 가작(Honorable Mention)에 선정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매년 160여 개국에서 1만 5천 명의 사진작가들이 참여해서 경쟁하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공모전이란 사실을. 검색해 보니 누군가는 이 공모전이 세계 3대 사진 공모전 중 하나라고 하고 또 다른 이는 세계 5대 사진 공모전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래도 꽤 규모가 있는 공모전임에는 확실하고 세상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 내 책이 눈에 띄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그러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전업 사진작가가 아닌 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일상을 잘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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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에 들어가 수상한 작가들의 사진을 보니 내가 사진을 잘 찍어서 선정된 게 아니란 걸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책에 표를 준 심사위원들과 대화를 나누어 본 건 아니지만 아마도 같은 공간을 8년이란 시간 동안 계속 관심 갖고 기록한 꾸준함에 대한 칭찬, 격려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주제를 정해 사진을 찍기 시작한 2014년부터 지금까지 줄곧 혼자 사진을 찍어 왔기에 사람들과 사진을 매개로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2015년 브런치 서비스가 론칭되었을 때부터 이 공간을 통해 소소하게 사진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즐거웠다. 글 한 편이 나에겐 하나의 개인전 같은 의미였고 나의 사진 생활을 스스로 칭찬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주었다. 이 작은 글과 사진들의 여정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모르겠으나 나를 조금 더 칭찬해주고 싶기에 꾸준히 계속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어디까지 전해질지 모르겠지만, 지난 시간 이 공간에서 제 사진과 글을 응원해 준 많은 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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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추석 연휴다.

짊어지고 있던 것들을 잠시 내려두고 긴 휴식 속에 잠길 수 있어 행복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도 부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선선한 곳에서 

부족하지 않은 추석연휴를 보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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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드림

























종묘, 창덕궁, 서오릉 8년의 기록 <차경 : 빌려온 풍경>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초판을 구매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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