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via50_0501_008
오랜만의 벨비아50이다.
마지막은 작년 봄, 벚꽃 핀 경주였으니 9개월 만이다.
하지만 가을과 겨울은 또 처음이라
수업료를 낸다는 마음으로 촬영했다.
필름 한 롤에 40,000원,
현상, 스캔에 18,000원이니
한 장당 4,830원 꼴이다.
셔터를 한 번 누를 때마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빛과 만나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이 극도로 사치스러운 취미를
과연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심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열두 번의 셔터를 누르며
걱정이 아홉 할이었는데,
다행히 여섯 장은 마음에 든다.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찍은 두 장은
마음에 들긴 하지만
꼭 찍어야만 했나 후회가 남고,
네 장은 그저 나의 부족함을 반영하기에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남겨두려 한다.
실수라고 해봤자 결국 타이밍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생선을 뒤집어야 할 때가 있고,
고기를 그냥 두어야 할 때도 있듯이
셔터를 눌러야 할 때가 있고,
끓어오르는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관망하거나
그 순간에 녹아들어 즐겨야 할 때도 있다.
아닌 날도 있는 거다.
열두 컷의 사진을 바라보며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아는 것만으로도
그럭저럭 괜찮은 인생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Hasselblad, Planar CB 80mm F2.8 T*
Velvia50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