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5살, 첫 사회생활이 동네학원입니다.

응애, 애기 신입사원의 학원 적응기

by 이두리


내가 학원에서 일할지 누가 알았겠어?
하긴, 내 중학교 동창이 요즘 잘 나가는 걸그룹 멤버가 된 일도 있는데 내가 뭐라고.



요 근래 내가 자주 하는 멘트.

저 멘트, 굉장히 유용한 게 은근슬쩍 내 직업 이야기에서 벗어나게끔 화제를 그 동창에게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자주 활용하고 있다. (걘 내 이름도 모를걸?)

물론 내 직업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다. 나 또한 직업에 귀천이 있겠냐며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겠지만,

새로운 모임에 나가거나 오랜만에 만나는 나의 지인들에게 학원 행정 선생님을 하고 있다고 하면 묘하게 조용해지는 분위기가 난 참 싫고 어색한 부분이 있다.


어느 무례한 사람이 그럽디다.

동네학원에서 일하는 거, 그거 대학교도 안 나오고 자격증 없어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요즘 일반 사무직도 대학 안 나오고 자격증 없으면 안 뽑아준다며 그 이야기는 웃어넘겼지만

옆에서 그 사람의 발언에 작게 동의하던 눈빛을 날리는 그 사람들이 더 미웠다.


나를 뭐, 내 미래와 직업에 대해 생각도 안 하는 머리 텅 빈 여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그저 성인교육을 지원하는 교육 행정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 무시를 해버린다고?


씩씩거리며 [위로받고 싶을 때 듣는 노래]를 검색하며 귀가했던 그 일.




이 주제, 아무도 관심 없는 거 아닐까.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유튜브를 뒤져 본 적이 있었다.

뭔가 팁 같은 걸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다른 직업군은 당당하게 자기들끼리 나와서 이 직업군의 장단점, 쌓아야 하는 능력, 필요한 자격증들을 멋들어지게 말해주던데. 그 많은 학원 행정선생님들은 다들 어디로 꼭꼭 숨어 버린 것인지 여러 번 비슷한 키워드로 검색을 했는데도 나오지도 않던 기억.


따지고 보면, 수요가 많아야 공급을 할 테고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어야 관련 콘텐츠가 자주 올라올 텐데 글의 바다 브런치 스토리에서도 내가 적어놓은 주제에 대해 작성해 놓은 작가님들이 없다.

그래서 더욱 오기가 생겼다.

이 글이 수요가 없어도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더더욱 적어보고 싶었다.

이 분야를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든든한 동료가 될 수 있는 글을, 불안해하며 늦은 밤까지 잠 못 이루고 유튜브를 뒤적거리던 또 다른 '나'에게.

그리고 아직도 학원이라고 하면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이 다니는 사교육 학원을 먼저 떠올리곤 하는 그대들을 위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어쩌면 주말근무까지) 나인투식스(9 to 6)로 근무하며 위로는 대표님, 부장님께 쪼이고 아래로는 수강생에게 민원으로 치이는 곳.

25살, 첫 사회생활로 도전하기에는 의문점이 생기는 곳.


저는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국비지원'이라는 제도로 운영 중인 성인대상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나라에서 정의하는 용어로는 '직업훈련기관'이지만, 글을 쓰는 본인이나, 읽는 독자님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 '성인대상 학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예정.)



케케묵은 기억 중 하나를 더 들춰본다면

일이 어느정도 적응되었을 때,

부장님의 히스테리와 동료의 무능함에 지쳐 [나 환승이직할래!]를 외치며 몰래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야ㅡ, 이 정도로 다 할 수 있으면, 그냥 학원 차리셔도 되겠는데요?"


오, 맞아요.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면접을 보는 와중이라 간단하고 발랄하게 대답했는데도 속 안에서는 서글픔이 부글부글 떠올랐다. 면접 담당자가 비꼬는 어투였으면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을 텐데.


저 사람,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잖아?


물론 내 경력기술서에 원래 하던 교육행정일 부터 시작해서, 모집(영업) 업무, 취업지원 보조업무, 자격증 단체접수 업무, 일반고 직업위탁 교육과정 담당 업무, 회계업무, 기타 비품 담당 업무, 기타 등등등... 여러 가지 직무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기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위 일들을 단순히 좋은 마음만을 가지고 즐겁게 하기엔

내가 일하는 이곳은 복지가 훌륭한 것도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식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구내식당은 당연히 없다.

내가 위에서 지시한 일들을 무사히, 깔끔하게 끝내놓는다고 해도 내 연봉은 처음 그대로였고, 영업업무에 대한 인센도 없었다. (영업파트 팀장님도 인센 안 받아본지 꽤 됐다고 하셨다.)

내가 더 잘 해내면 잘 해낼수록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고 마땅한 보상이 없는 곳에서 오징어 즙 짜이듯이 주아악ㅡ... 쥐어짜지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회사에서 면접 본 그 날,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직원이 자주 나가고 바뀌는 동네학원에서 항상 남은 일은 내 몫이었다.


남는 자에게 더 가혹한 곳.


그곳이 내가 일하는 곳이라고.




아아, 저절로 숙연해지는 이 분위기. 낯설지 않아.

그래도 내가 피땀눈물 흘렸던 이 경험들이 내 브런치 스토리에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글을 줄이면서,

저의 첫 브런치 스토리를 읽어주신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난 예의를 아는 mz니까. 공손하게. 큰소리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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