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국비지원'이라는 제도로 운영 중인 성인대상 학원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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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서 정의하는 용어로는 '직업훈련기관'이지만, 글을 쓰는 본인이나, 읽는 독자님의 편의를 위해 앞으로 '성인대상 학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예정.)
케케묵은 기억 중 하나를 더 들춰본다면
일이 어느정도 적응되었을 때,
부장님의 히스테리와 동료의 무능함에 지쳐 [나 환승이직할래!]를 외치며 몰래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이야ㅡ, 이 정도로 다 할 수 있으면, 그냥 학원 차리셔도 되겠는데요?"
오, 맞아요.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면접을 보는 와중이라 간단하고 발랄하게 대답했는데도 속 안에서는 서글픔이 부글부글 떠올랐다. 면접 담당자가 비꼬는 어투였으면 이렇게까지 슬프진 않았을 텐데.
저 사람,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잖아?
물론 내 경력기술서에 원래 하던 교육행정일 부터 시작해서, 모집(영업) 업무, 취업지원 보조업무, 자격증 단체접수 업무, 일반고 직업위탁 교육과정 담당 업무, 회계업무, 기타 비품 담당 업무, 기타 등등등... 여러 가지 직무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기에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위 일들을 단순히 좋은 마음만을 가지고 즐겁게 하기엔
내가 일하는 이곳은 복지가 훌륭한 것도 절대 아니고, 그렇다고 식대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구내식당은 당연히 없다.
내가 위에서 지시한 일들을 무사히, 깔끔하게 끝내놓는다고 해도 내 연봉은 처음 그대로였고, 영업업무에 대한 인센도 없었다. (영업파트 팀장님도 인센 안 받아본지 꽤 됐다고 하셨다.)
내가 더 잘 해내면 잘 해낼수록 새로운 일이 추가되었고 마땅한 보상이 없는 곳에서 오징어 즙 짜이듯이 주아악ㅡ... 쥐어짜지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회사에서 면접 본 그 날,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직원이 자주 나가고 바뀌는 동네학원에서 항상 남은 일은 내 몫이었다.
남는 자에게 더 가혹한 곳.
그곳이 내가 일하는 곳이라고.
아아, 저절로 숙연해지는 이 분위기. 낯설지 않아.
그래도 내가 피땀눈물 흘렸던 이 경험들이 내 브런치 스토리에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