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에도로 가는 길

운명을 거슬러 문을 두드린 여자, 쓰네노

by 다자이

“어머니께, 쓰네노 드림(혼자만 보세요).

봄 인사를 드리려고 편지를 씁니다. 에도에 있는 간다 미나가와초로 갔는데ㅡ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지요ㅡ 결국 너무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됐어요!”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역사학 교수 에이미 스탠리는 일본 니가타현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이용해 200년 전 편지를 읽었습니다. 쓰네노라는 여인의 가족이 보관한 옛 문서들을 니가타시 공립 문서관이 소장하고 있었는데, 문서 관리자들이 쓰네노의 사연을 조사하여 도서관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입니다. 외국인 학자는 연구실에 혼자 앉아서 컴퓨터 화면으로 이렇게 쓰네노를 만나게 됩니다. 얼마 뒤 에이미는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그곳에서 고속열차를 타고 니카타로 갑니다. 쓰네노의 편지를 직접 두 눈으로 보기 위해서였죠. 에이미는 남겨진 방대한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서 돌아옵니다. 그러고는 이야기를 다시 짜맞춰가죠. 고집 센 여자 쓰네노의 삶을 살려냅니다.

쓰네노는 지금의 니가타현인 에치고국 안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시대의 다른 여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쓰네노에게도 다른 선택이 주어지지 않았지요. 조신해야 했고 바느질을 능숙하게 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자기 뜻과 관계없이 부모가 점지해 준 집안의 남자를 남편으로 맞았습니다. 어린 쓰네노의 삶은 잔잔히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십 대 중반에 결혼을 하고 이십 대 후반에 이혼합니다. 자녀는 두지 않았습니다. 본가로 돌아가 집안에서 알아봐주는 다른 혼처를 살펴보기도 합니다. 재혼을 하나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데 또 실패합니다.

쓰네노의 출신지와 에도 지도, 본 도서 내 발췌


이혼 후 쓰네노는 지금의 도쿄인 에도로 가고 싶었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생을 보낸 여자들에게 에도는 다른 종류의 삶을 부르는 주문”이었죠. 하지만 부모님은 허락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쓰네노는 에도로 떠납니다. 쓰네노에게 “에도는 하나의 가능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에도에

“뭔가 다른 일ㅡ더 나은 삶ㅡ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믿으면서” 여행길에 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시대에 자라나는 젊은 여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그토록 많은 선택에 직면”하며 에도에서 살아갑니다.

쓰네노의 “눈물 겹지만 씩씩한 삶”은 역사를 비껴가지 않습니다. 역사 속에서 형성됩니다. 그 시기 에도의 거리에는 몰락해 가는 하급 사무라이들이 주눅든 채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가부키 공연이 유행하여 쓰네노도 비교적 저렴한 구석자리표를 구해 관람하기도 하죠. 1837년 덴포 대기근과 1841년 덴포 개혁의 검약령을 거치는 동안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쓰네노 같은 서민은 끝없이 분투하지만 생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쓰네노는 미국의 페리가 함선을 끌고 들어오기 직전인 1853년 5월에 세상을 떠납니다. 이 책의 저자 에이미는 쓰네노의 죽음에 부쳐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안도 히로시게(1797~1858), 사루와카 거리의 밤 풍경

“쓰네노 같은 여자들이 시골에서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에도는 커지지 못했으리라. 여자들이 마루를 훔치고, 숯을 팔고, 장부를 적고, 빨래를 하고, 밥상을 차리지 않았더라면 에도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들이 극장표와 머리핀, 옷감, 국수를 사지 않았더라면 쇼군의 위대한 도시는 아예 도시가 되지 못했으리라.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먼지 풀풀 날리는 수많은 군사기지 중 하나가 됐을 테고, 그 모든 노력이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쓰네노가 남긴 유산은 에도라는 위대한 도시였다.”

‘에도로 가는 길’은 ‘미시사’ 분야 논픽션입니다. ‘거시사’는 국가나 왕조의 정치적 변화와 국가 규모의 경제, 문화적 요소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으며 국가나 민족 단위로 서술되는데, 이와 달리 민중 및 시민의 일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요소를 찾아내어 연구하는 역사 연구 흐름이 미시사입니다 (한림학사,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청서출판, 2007).

쓰네노라는 개인의 기록과 그녀의 삶에서 에도시대 후기의 물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지금 꿈과 기회를 좇아 큰 도시, 다른 나라로 떠나는 걸 고민하고 있나요? 또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마음 졸이고 있는지요?

그렇다면 쓰네노가 먼저 걸은 그 길을 이 책으로 따라가보세요. 책 ‘에도로 가는 길’에 붙은 부제는 ‘운명을 거슬러 문을 열어젖힌 이방인’입니다. 단순히 도쿄의 옛 모습이 궁금하거나 에도 시대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1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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