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이 즐비한 도쿄의 거리
지난 첫 연재에서는 <에도로 향하는 길>을 따라 일본의 시간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책이 모여 하나의 거리가 된 곳,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로 향해보고자 합니다.
“진보초에는 100년 이상 전에 문을 연 서점이 수두룩하다. 산세이도 진보초 본점(1881년), 도쿄도서점(1890년) 같은 신간을 취급하는 대형 서점도 유명하지만, 유럽과 미국의 고서 전문인 기타자와서점(1902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서적이 전문인 우치야마서점(1917년) 등 전문점도 많다.
일본 전통 예능인 ‘노’를 전문으로 하는 히노키서점은 무려 에도시대 초기인 1659년 교토에서 창업해 1917년 진보초 근처로 옮겨온다.
작은 건물 위층에 자리해 눈에 띄진 않아도 한결같이 독자에게 사랑받는 노포도 빼놓을 수 없다.”
종이책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다들 온라인이나 디지털 매체로 눈을 돌리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종이책만의 매력이 있죠. 손에 닿는 페이지의 감촉,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여린 마찰음, 지면에 밴 내음은 온라인이나 디지털로는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물성을 느끼고 싶을 때는 종이책을 손에 듭니다. 폼 나는 액세서리로도 쓸 수 있습니다.
여기, 종이책 좋아하는 분들이 가고 싶어할 만한 곳이 있습니다. 서점이 즐비한 거리입니다. 이곳의 서점에는 오래된 책과 새 책이 한가득 있습니다.
헌책을 다루는 고서점뿐만 아니라 신간 서점까지 약 130개가 모여 있는 곳, 진보초를 아시나요?
진보초역 가까이에는 도쿄대학 혼고 캠퍼스가 있습니다. 1868년 메이지유신 무렵 세워진 학교입니다.
뿐만 아니라 센슈대학, 공립여자대학, 메이지대학 등도 근처에 세워졌는데요. 대학생이 늘어나서 현재의 진보초 부근에 헌책방이 속속 생깁니다. 다 쓴 교과서를 사들여 신입생에게 팔기 위한 목적이었죠. 이것이 진보초 고서점가의 유래입니다.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는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부한 책입니다. 일본에서 연극과 일본 전통 예능 노(能)를 공부하고 나서 현지에 정착한 저자가 살뜰하게 취재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진보초에 있는 주요 거리인 야스쿠니, 스즈란, 사쿠라, 하쿠산 거리를 기준으로 하여 각 거리에 위치한 서점을 소개합니다. 책 첫머리에는 깔끔하니 눈에 잘 들어오는 약도도 실려 있습니다. 서점 실내외 사진도 풍부합니다. 주인과 직원을 인터뷰해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고, 각 서점 소개가 끝나는 부분에는 홈페이지, SNS, 주소, 영업시간 등 유용한 정보도 깨알같이 실어두었습니다.
챕터가 끝날 때마다 서점 소개 외 또 다른 읽을거리를 배치한 것도 인상적입니다. 서점에서 싸주는 종이 북커버, 진보초 맛집과 카페, 향수를 자극하는 극장 진보초 씨어터 등을 소개하는 글이 그 예입니다.
저는 이 책을 재작년에 읽고 언젠가는 진보초에 가보겠다고 벼르고 있었습니다. 마침 지난해 12월에 도쿄를 방문할 일이 있었죠. 짬을 내어 진보초에 다녀왔습니다.
“건물 자체가 드라마 세트”라던 야구치서점은 진보초의 랜드마크였습니다. 이곳이 바로 고서점가 진보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죠. ‘영화·연극·희곡·시나리오’ 고서 전문점을 표방하고 있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빛바랜 외벽부터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민 출입구, 손때 묻은 목제 책장, 1층 바닥에 깔린 대리석 타일, 2층으로 올라가는 금색 계단 난간까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잇세이도서점 건물도 멋졌어요. 진보초에는 구경할 책도 넘쳐나는데 오래된 건물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헌책이 아닌 신간을 판매하는 큰 서점도 있어서 들어가 봤어요. 이곳에서는 마침 일본에 가면 사려고 염두에 두었던 문춘신서 한 권과 논픽션 한 권을 샀습니다. 한국 인터넷 서점에서도 일본책을 살 수 있는데 이 책들은 판매상품으로 뜨지 않아서 살 수 없었어요.
계산대에서 점원이 “북커버 해드릴까요?”라고 묻기에 “예”하고 얼른 대답했습니다. 포장지 같은 예쁜 종이로 쓱쓱 책꺼풀을 씌워주는 점원의 손놀림이 신기했어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서점에서 나오고 나서야 알아챘어요. 제가 책을 산 곳이 창업한 지 130년 넘은 도쿄도서점이었다는 것을.
다시 도쿄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또 진보초에 들르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한 “도쿄 명물, 진보초의 고서 축제”에 참가하고 싶어요. “진보초 고서점 거리에서 매년 10월 마지막 주가 되면 큰 축제가 두 개 열린다”고 합니다. “바로 간다고서축제와 진보초북페스티벌”인데요.
간다고서축제 기간에는 “야스쿠니 거리를 따라 책수레와 매대가 쭉 늘어서고 100만 권 가까운 헌책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진풍경이 연출된다”네요. 쌓여있는 헌책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진보초북페스티벌은 “대학 출판부와 지역 출판사까지 참여해 고서와 신서를 판매할 뿐만 아니라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자리라고 합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구경해도 좋을 이벤트인 것 같아요.
이 책 내용 가운데 “진보초 고서점 거리 등급별 방문하기”라는 짤막한 읽을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간다고서축제 일정을 미리 체크하고 항공권과 숙박을 예약”하는 사람은 ‘상급’에 속하는 방문객입니다.
‘중급’ 방문객은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반드시 산다. 고서점 특성상 그 책은 한 권 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최최상급’은 “진보초에 고서점을 연다.”입니다. 이건 엄두가 안 나네요. 그래도 ‘상급’에는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함께 도전하지 않으실래요? 등업을 시작하려면 일단 이 책 ‘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부터 읽으시죠. /2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