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고 있는 전직 아사히신문 기자, 그녀가 알려주는 일본
일본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입문서, 개론서 성격의 책을 여럿 읽었습니다.
학술서나 전공서적은 논외로 하고, 대중을 위한 교양서적 위주로 제가 읽은 책 몇 권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겠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일본사'(신상목 저, 뿌리와이파리 출간, 2017)는 일본 근대화의 맹아가 태동한 에도시대에 대해 풀어낸 책입니다. 외교관으로 일하며 일본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다 퇴직 후 서울에서 우동가게를 경영하고 있다는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금 다시, 일본 정독’(이창민 저, 더숲 출간, 2022)은 일본 경제를 주요 키워드로 삼으며, 과거의 일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현대의 일본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미래의 일본을 어떻게 전망할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참고로 저자는 한국 일본학계에 귀하다는 일본경제학을 전공한 학자입니다.
이밖에도 지난 3화에서 다룬 ‘일본에서 국문학을 가르칩니다’나 한국방송대학교 일본학과 교수님과 학술모임 회원들의 공저 ‘알면 다르게 보이는 일본 문화’, 일본 사회에 18년 간 몸담은 미디어 인류학자의 참여관찰기 ‘같은 일본, 다른 일본’ 등의 책이 기억납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 ‘지극히 사적인 일본’ 역시 앞서 언급한 책과 비슷한 성격인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의 여러 면을 알리면서 저자의 생각과 느낌을 곁들였습니다. 언뜻 보면 그리 무겁지 않게 일본을 소개하는 에세이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결정적인 특징과 강점은 따로 있는데요. 제가 앞서 언급한 책은 모두 일본에 대해 잘 아는 ‘한국인’이 썼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한국에 살고 있는 ‘일본인’이 한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하여 한국어로 썼습니다.
나에게 일본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가 일본 유학을 다녀온 한국인이어도 어느 정도 신뢰가 가겠지만, 진짜 일본인이라면 왠지 더 끌리지 않을까요. 물론 ‘사바사’(사람 by 사람)는 진리죠. 어설픈 일본인보다는 한국인 전공자가 나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한번쯤은 일본인의 관점과 목소리로 일본을 소개받고 싶네요.
저자 나리카와 아야는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을 자주 오가며 집필, 강연, 통번역, 방송 출연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었던 2000년대 초반 어학연수생, 교환학생으로 서울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에서 통번역대학원에 다닌 뒤 <아사히 신문>에 입사했습니다.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며 한국 영화감독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면서 한국 영화를 배우고 싶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10년 정도 일한 신문사를 나온 뒤 한국으로 와 영화영상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태어난 곳인 오사카, 자란 곳인 고치 외 대학시절에는 고베, 아사히신문 기자 생활을 하면서는 나라, 도야마, 도쿄에 살아봤다고 합니다.
"나는 평균적인 일본인도 아니고, 일본을 대표하지도 않지만, 그래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서 쓴 책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나라를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나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했다.
내가 말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진실은 아닐 수 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와 사람들을 이해하는 하나의 기준선이 되어 주면 좋겠다.
… 이 책은 일본의 오사카에서 태어나 여러 지방에서 살아보고 지금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일본인이 한국 독자 여러분을 위해 쓴 책이다."
일본의 정치, 역사, 사회문화, 상식 등을 씨줄로 삼고, 글쓴이 본인이 풀어낸 생각, 감상, 경험, 한일간 차이에 대한 해석을 날줄로 하여 직조한 글이 실려있습니다. 읽다 보면 한국어를 잘하는 지한파 일본인 친구와 즐겁게 대화하는 기분이 듭니다.
나리카와 아야는 일본을 소개하고, 한국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말하며, 자신의 삶을 빈번히 드러냅니다. 어렸을 적 고치로 이사 간 경위, 학창시절의 육상부 활동, 어학연수 때 동네 태권도 체육관을 다니다 사귄 젊은 사범님 등 깨알같은 경험담이 재미집니다.
그 이야기들은 겉돌거나 딴길로 새지 않습니다. 잘 녹아들어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이해, 아니 어쩌면 소중한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밑절미가 됩니다.
글쓴이는 <아사히 신문> 기자 생활을 하며 일본 여러 지역에 거주했고 취재 때문에 다양한 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맛있는 음식이나 식당도 많이 알고 있는데요. 이 책에 그 정보가 꽤 있습니다. 현지인이 소개하는 로컬음식이나 맛집이야 말로 찐 아니겠습니까.
이번 4화의 제 잔말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나리카와 아야가 알려주는 맛있는 정보에 빠져보시죠.
(요시다 쇼인이 운영한 쇼카손주쿠를 소개하며)
야마구치현 하기시는 역사 탐방뿐만 아니라 복어가 맛있고 온천까지 있어서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야마구치에는 일본에서 유일한 복어 전문 도매 시장이 있어서 전국의 복어가 모인다. 복어 전문점도 많다.
고치에 도착해서 풍경을 둘러보면 진한 초록색이 넘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야채도 맛있다.
특히 토마토는 최고다. 새빨갛고 정말 맛있다. 태양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치의 토마토를 안 먹어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치는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하나만 꼽으라면 가쓰오타타키(かつおのたたき, 가다랑어 짚불구이)다.
표면을 짚불로 살짝 굽는 건데 다른 지역에서는 먹을 기회가 거의 없기도 하고, 있어도 고치에서 먹는 맛이 안 난다.
이는 물론 가쓰오의 신선도 때문이지만, 도시에서는 대량의 짚을 보관할 공간이 없어서 짚불구이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고치의 중심에 위치한 고치오테마에 고등학교) 바로 앞에 히로메시장이라는 음식점이 있는데, 여기서 먹는 가쓰오타타키가 최고로 맛있다.
특히 홋카이도는 수프 카레가 유명하고 해산물에서 나오는 국물로 만든 수프 카레는 정말 맛있다.
고베도 항구 도시이기 때문에 오래된 양식 맛집이 많다.
특히 고베는 아담하고 예쁜 식당이 많아 데이트하기에 딱 좋다. 양식은 그렇게 비싸지 않다.
…돈가스, 함바그, 새우튀김, 등 일상적으로 먹는 메뉴지만, 고베 양식집은 특별히 맛있다.
나는 해산물이 싸고 맛있는 고치와 도야마에 살면서 맛있는 스시를 꽤 많이 먹었다.
고치는 태평양, 도야마는 동해에 접하고 있어서 먹을 수 있는 생선이 전혀 달랐다.
특히 도야마는 도야마에서만 먹는 귀한 해산물이 몇 가지 있었고 회전 스시도 정말 맛있었다.
<아사히신문> 도야마 지국 송년회를 스시 집에서 한 적도 있다.
도야마를 떠난 후에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몇 번 스시를 먹으러 도야마에 갔다.
진짜 맛있는 스시를 마음껏 먹고 싶은 사람은 도야마를 추천한다.
일본은 해산물이 맛있는 지역이 많지만 전근이 잦았던 기자들 중에는 도야마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 기자가 많다.
내가 오사카에 있을 때 자주 갔던 깃사텐은 정말 노포다.
1934년에 창업한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
… 하네다 공항에도 마루후쿠 커피가 들어 있다. 그래도 본점의 레트로 분위기는 본점만의 것이다.
… 이모가 깃사텐을 개업하려고 준비했을 때 엄마가 개업을 도와주느라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며 맛있다고 하는 커피숍을 찾아다녔는데, 결국 마루후쿠가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4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