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김밥을 다회용기에 포장했습니다. 마침 점심 도시락을 챙겼던 용기가 김밥 세 줄을 넣기에 딱 적당해 보였어요. 점심을 먹고 잘 씻어서 말린 후 김밥집에 가서 용기에 김밥을 넣어달라 요청했습니다. 번거로워하실 줄 알았는데 직원분께서 좋아하셨습니다. “이거 가져가서 본인이 만든 김밥이라 그래요~” 농담도 하시면서요. 이렇게 포장한 김밥을 먹으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먹고 나서도 쓰레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나 비닐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일, 사실 저도 해야지 해야지 하는데 잘 안 되는 부분입니다. 평소에 다회용기를 잘 들고 다니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어쩐지 입 떼기가 쉽지 않아서기도 합니다. 비닐 안 주셔도 돼요! 빨대 반납할게요! 이런 말은 잘하는데 용기를 내밀며 ‘여기에 담아주세요’ 하는 일은 괜히 번거롭게 해 드리는 건 아닐까, 유난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시도하기도 전에 걱정부터 앞섭니다. 하지만 용기 내서 몇 번 시도해보니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를 파시는 분께서는 일회용기 사용이 다 돈이다보니까 다회용기 사용을 반기셨습니다. 왜 이렇게 하냐고 물어보시는 분께, 쓰레기 좀 줄여보려고요~ 하고 말씀드리니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작은 경험이 모이니 조금 더 용기를 내게 됩니다. sns에 검색을 해보면, 제로 웨이스트를 추구하시는 많은 분들이 다회용기 포장을 실천하시고 계십니다. 저는 완전 초보라서, 그분들을 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용기를 챙기는 것 이외에도 챙기면 좋은 것들이 있습니다. 에코백과 텀블러는 다들 잘 챙기실 것 같아요. 수저랑 대나무 빨대는 케이스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밀랍 랩도 챙겨두면 빵, 샌드위치 등 물기가 별로 없는 음식이나 남은 채소 같은 것을 포장할 때 유용합니다. 손수건도 활용도가 높아요. 휴지나 페이퍼 타월 대신 사용할 수 있고, 과일이나 채소를 담을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없을 때는 소비를 제한하는 편입니다. 음식 포장은 가급적 하지 않고, 텀블러가 없을 때는 음료를 테이크 아웃하지 않습니다. 음료를 마시지 않고 참는데, 다행히 음료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목이 마르거나 어쩔 수 없을 때는 종이컵을 사용할 때도 있어요. 플라스틱 빨대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음료 위에 올라가는 휘핑을 빼고 아이스 음료도 그냥 컵에 입을 대고 마시면 빨대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택배 주문을 많이 줄인 것도 쓰레기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단히 준비를 해도, 물건을 살 때 비닐포장이 미리 다 되어있을 경우에는 소용이 없었습니다. 특히 마트에서 채소를 구매할 때 가장 어렵습니다. 제 동선에 재래시장이 없어서 이럴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비닐을 소비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비닐 포장을 줄이는 마트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래시장의 경우 서울 마포에 있는 망원시장에서 ‘알맹’ 팀이 비닐 없이 구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례가 점점 늘어나서 미리 비닐포장을 하는 문화가 꼭 개선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개인이 다회용기나 물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