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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ds Nov 27. 2022

갑자기 된 머리 서기

살람바 시르사아사나(Salamba Sirsasana)

머리 서기가 갑자기 되기 시작했다. 매번  발을 떼어보겠다고 깡충거리다가 넘어지고, 중심을 잡지 못해 뒤로 구르고, 식물을 옆에 두고 연습하다 넘어져 식물도 나도 다친 날도 있었다. ( 멍은    사라졌지만 식물의 상처는 아직도 남아있다.) 식물과 함께 다친  겁을 집어먹은 나는 한동안 머리 서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다 그저   도전해본 어느 날, 갑자기 중심이 잡히며 절반쯤 성공했다. 신이  나는 머리 서기의 온전한 완성을 위해 부지런히 수련하며 시도했으나 그날은 쉽게 오지 않았다. 내내 굽힌 다리를 펴지 못하고 수련해야 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 어느 날, 다리를 펴도 넘어지지 않기 시작했다.  단계에서의 성장이 어떠한 전조도 없이 ‘갑자기이루어진 것이다.


안되던 동작이 왜 갑자기 된 걸까? 생각했다. 머리 서기를 하기 위해서는 내 몸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어깨와 팔의 근육이 필요하다. 중력을 거스르고 몸을 세우려면 내 몸의 중심선을 찾아야 한다. 골반을 펴고 배와 허벅지에 힘을 줘야 하기에 코어의 힘도 필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작을 시도하다 넘어질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이것들이 갖춰진 어느 날 머리 서기가 되기 시작한다.


머리 서기를 죽어라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암 발란스를 잡고 팔 힘을 기르는 동작을 꾸준히 해왔다. (그리고 예전보다 단단해진 삼각근을 눌러보며 혼자서 뿌듯해한다.) 코어의 힘을 채워주는 동작도 반복해서 수련했다. 부들부들 떨면서도 어떻게든 버텨냈다. 중심선을 찾기 위해 앞으로 넘어지고 뒤로 넘어지는 시간들을 거쳤다. 등으로 떨어질 때 덜 아프기 위해 몸을 동그랗게 말아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머리 서기는 ‘갑자기’ 됐지만, 사실은 수련을 통해 쌓아 왔던 모든 시간이 머리 서기를 만든 것이다. 머리 서기가 아닌 다른 동작들을 통해서.


삶에서의 경험도 그랬던 것 같다. 어떤 경험이든 도움이 될 거라는 상투적인 말은 정말 사실이었다. 이전의 경험과 관련이 없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도움이 되는 순간도 있었다. 심지어 괴로웠던 경험에서도 배울 것은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써먹을 수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나의 목표와 다르게 보여도, 어떻게든 쌓이고 있을 것이다. 분명한 나의 경험치로. 그리고 그 경험치가 나의 목표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나의 머리 서기가 갑자기 되었듯, 그 순간은 갑자기 올 거다. 온몸과 마음으로 부딪혀서 겪어낸 것들은 어디론가 쉽게 흩어지지 않는다. 내 삶 어딘가에 쌓여 그것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날 것이다. 나는 그저 조급해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쌓아 올리면 된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해야 하는 수련을 하면서.



이미지 출처 : pexels.com - Elina Sazon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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