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마치 May 08. 2019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그도 몹시 슬프다


 MB의 '얼굴 못생긴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발언을 읽다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8월 28일 서울 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요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10명가량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여성'에 관한 부적절한 비유를 한것으로 알려져 (...) 한나라당 경선 승리 일주일 후에 마련된 이날 만찬에서 이명박 후보는 '인생의 지혜'를 논하면서 남성들이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신문사의 A 편집국장은 '이 후보가 군대 안 가게 된 이야기, 현대에서의 회사 생활 이야기 등을 하면서 인생의 지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A 국장은 '이 후보가 현대건설 다닐 때 외국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 식의 이야기를 했다.' (...)

- 「이병박 후보, 편집국장들에게 부적절 비유, 얼굴 '예쁜 여자'보다 '미운 여자' 골라라?」, 『오마이뉴스』 2007. 9. 12

 

 이런 기사를 읽고 있자면, 명절 때 그저 막걸리나 사와 완성된 상에 얹기만 하는 아빠에, 소방공무원 여성할당을 예시로 들며 역차별을 말하는 남동생에, 바락거리는 내 모습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진다.

 무력감을 느낀다.

 바뀔 수 있을까. 개인의 차원에서 분해하고 소리를 지른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대통령이 저런 말을 해도 지탄하는 이가 많지 않은 세상에서.


 왜 나는 부모에게, 직장에, 사회에, 심지어는 남자들에게 끊임없이 나를 증명하고 설득하며 살아야 하나. 네가 생각하는 것이 지극히 옳지 않은 거라고, 당연한 것들을 가르치며 시간을 죽여야 하나. 사회를 뒤덮은 너무나 거대한 '옳지 않은 것'들을 목도할 때면, 그냥 모른척하고 생글생글 웃으며 묻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부끄럽게도.

 이와 같은 글을 읽고 혹자는 '피해의식에 젖은 20대 여성'이라고 말할 테니, 그 역시 몹시 슬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