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생긴 일

니 짐보다 내 선물이 많은 건 기분 탓이야?

by 이마치


요즘은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하는 사람이 많지만 몇 년 전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3년 전, P는 발리에서 한 달 조금 넘게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때 나는 유럽도 아닌데 무슨 여행을 그렇게 오래가냐며 투덜댔었다. 지금 생각하면 고작 한 달인데, 눈물 쏙 빼는 송별식도 가졌다. 지금도 기억난다. 삼청동의 어느 찻집에서 약과 같은 주전부리를 먹으면서 왜 이렇게 오래 가있냐고 투덜대던 내가.


P는 발리에서 돌아오자마자 공항에서부터 전화를 해댔다. 내일 만나자. 그냥 오늘 바로 만날까? P의 차 뒷좌석에 가득 실려있던 내 선물. 어디 무슨 아로마 비누부터 발리 한정판 스타벅스 텀블러까지. 무슨 과자 같은 것도 있었고 목욕할 때 쓰라던 천연 소금도 있었다. 방바닥에 죽 늘어놓으니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뭘 이렇게 많이 샀냐고, 놀기도 바쁜데 이걸 대체 언제 다 샀냐고 물었더니 도착한 날부터 매일매일 어디를 갈 때마다 작은 거라도 하나씩 샀다고. 그러다 보니 캐리어에 자리가 없어서 자기 짐은 좀 버리고 와야 했다고.



다음 주면 치앙마이에서 서울로 돌아간다. 가족과 친구들 선물을 고르는데 그때의 네가 생각나네. 나는 돌아가기 일주일 전에 급하게 숫자 세가며 사는데, 너는 이걸 매일 했구나. 나는 여기서 40일이나 있었는데 이제야 어디 야시장 같은 델 가서 5개 사면 하나 더 주는 것들을 주어 담고 있거든. 내가 성격이 원래 좀 그래. 이기적이고 급해. 이렇게 무심한 내가 너의 정성의 크기를 가늠이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가 헤어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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