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져도 계속 소식이 들린다는 건
Y는 한 6개월 만난 것 같은데. 좋아했으니 만났지만 끝은 좋지 않았다. (사실 끝이 좋은 연애라는 게 존재하는 지도 잘 모르겠다.) 나랑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척해놓고는 헤어진 지 한 달 만인가 다른 과 여자애 사귀었잖아 너. 나는 그것도 모르고 울고불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 하나 더, 나랑 사귈 땐 분명 이장우 닮았었는데 최근 사진 보니까 많이 망가졌더라. 백종원 아저씨 느낌이더라고. (백종원 님 물론 좋아해요)
Y는 다른 단과대 다른 전공이었다. 헤어져도 마주칠 일이 없는 CC였지만 문제는 그와 내가 만난 곳이 학생회라는 데 있었다. 얼기설기 아는 사람이 겹쳤다. 게다가 학생회라는 조직이 매년 기수를 유지해가며 세력을 확장해가는(...) 그런 끈끈한 조직이라 몇 년이 지나도 소식이 들렸다. 비밀연애도 아니었고 동네방네 소문 내가면서 사귀었던 터라 후폭풍이 더 했다.
이별 후 다음 학기에 바로 휴학했고, 복학 후에는 취준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친한 후배 지은이는 그 시기에 Y와 졸업준비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송년회에서 지은이와 만나 한잔 거하게 하는데 문득 지은이가 물었다. 언니도 Y오빠 사진 아직 가지고 있어요? 응? 뭔 소리야.
아니 언니 제가 자취하잖아요. 이터널 선샤인이 그날따라 너무 보고 싶은 거예요.
단톡방에 파일 있는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Y오빠가 N드라이브에 있다고 아이디랑 비번 알려주더라고요.
그래서 접속했는데, 언니 사진 바로 뜨던데요?
일부러 모른척했는데 며칠 있다가 Y오빠가 먼저 묻더라고요. 언니 사진 있는 거 봤냐고.
사진 지우기 귀찮았나 보지. 별 의미 두지 마. 걔 나랑 헤어지자마자 그 여자애 만났었잖아.
그 언니랑 Y오빠랑 금방 헤어졌어요.
제가 사진 봤다고 왜 언니 사진 안 지우냐고 물어봤더니. 가끔 보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렇대요.
지우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좀 망설여졌다고.
자기가 만났던 애 중에 언니가 제일 좋은 사람이었대요.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용이야? 뒤늦게 무슨 순정남 코스프레야. 그냥 그 여자애랑 잘 안돼서 아쉬운 것뿐이야. 지은아, Y 보면 사진 싹 다 지우라고 소름 돋는다고 좀 전해줘. 근데, 진짜 내가 제일 좋은 사람이었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