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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성장 시대 재테크  노하우 2

입사 3년차,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초저성장 시대의 투자

한국 경제를 덮친 ‘불확실성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세 번째 일은 초저성장 시대의 달라지는 트렌드를 이해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은 2019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발표했다. 현대경제연구소(2.6%), LG경제연구소(2.5%) 전망은 더욱 어둡다. 이러한 성장 둔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반도체 산업 성장률 저하와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원가 상승과 자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소비 감소 등이다. 이런 초저성장 시대에는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과 양극화 트렌드가 나타난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자산에 대한 요구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이 극도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필자는 사무실 임차료로 월 650만 원을 낸다. 1년이면 7800만 원이다. 건물주가 이 공간에 투자한 돈이 19억 5000만 원이라면 임대수익률은 정확히 연 4%가 된다. 그런데 얼마 전 건물주에게 새로운 제안이 왔다. 3년 계약해주면 월 임차료를 500만 원으로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건물주의 임대수익률은 연 3%로 낮아진다. 건물주가 본인의 연간 요구수익률을 낮추면서까지 왜 이런 제안을 한 것일까. 미래에 발생할 소득 안정성이 높아지면 요구수익률 저하는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바로 초저성장 시대의 비밀이 있다.  

경제성장률이 3%가 안 되는 초저성장 시대에 자산 가격은, 그 자산이 미래에 얼마나 많은 소득(미래 현금흐름)을 올려주는지에 좌우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 소득이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미래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라고 생각되면 앞의 건물주처럼 본인의 요구수익률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요구수익률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요구수익률이란 투자자가 투자자산에 대해 기대하는 최소한의 기대수익률을 말한다. 오늘 어떤 사람이 1억 원을 예금하러 은행을 찾았다고 하자. 금리가 2%라면, 1억 원을 맡기고 받을 이자가 200만 원이다. 이 사람이 이렇게 낮은 수익률에도 은행에 1억 원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그 사람의 해당 투자에 대한 요구수익률이 2%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다시, 이렇게 낮은 요구수익률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예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사람들은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라도 리스크가 적은 안전자산으로 향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5%, 혹은 그 이상이던 시절에는 1억 원을 이렇게 낮은 금리에 저축하는 사람이 적었을 것이다. 성장률이 5% 이상이라는 건 해당 금리 수준보다는 높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고,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가 시장에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3% 이하로 매우 낮은 상황에서는 미래 수익이 확실하다고만 판단되면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고 수익률을 낮춰서라도 해당 자산을 보유하려 한다.

토지보다 상가, 상가보다 주택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풍경.

이런 현상은 초저성장 시대가 시작되는 지금, 어디서든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불과 얼마 전 서울 강남 한 아파트가 3.3㎡당 1억 원에 거래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이 사실이든 아니든 강남아파트 가격 폭등 현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임은 분명하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인데 부동산, 그 가운데 아파트, 그중에서도 유독 강남 아파트는 왜 이처럼 천정부지로 오른 것일까. 필자는 2009년 한 강연에서 “강남아파트 가격이 조만간 3.3㎡당 5000만 원을 넘길 것이다”라고 했다가 “제정신이냐?”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냐”라는 항의를 받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예측은 생각보다 더 빨리 현실이 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상가나 빌딩은 공실이 생겨 월세가 끊길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주택은 절대 공실이 생길 일이 없다. 특히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좋은 주거지는 더욱 그럴 것이다. 앞에 언급한 아파트의 요구수익률을 계산해보자. 월세와 거래가격을 조사해보니 거래가격이 26억7000만 원. 최고 임대료는 보증금 3억 원에 월 400만 원이었다. 즉 이 아파트 소유자의 1년 수익은 월세 4800만 원과 보증금 3억 원의 이자수익 600만 원을 합쳐 5400만 원이 된다. 요구수익률은 은행 금리 수준인 2.02%에 불과하다. 1년에 고작 5400만 원이라는 수익을 얻고자 무려 26억7000만 원이라는 엄청나게 큰 금액을 기꺼이 지불하는 투자자가 시장에 존재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부동산에서 아파트, 그것도 선호 지역 아파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최근의 강남 부동산 가격 폭등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비단 아파트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경제성장률이 5%를 넘나들던 시절에는 시장의 거의 모든 주식이 동반 상승하거나 동반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제는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극심한 개별 종목 장세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미래 수익이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주식은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두겠다는 쏠림 현상의 결과다. 미국 아마존 주식의 경우 (2018년 3/4분기까지) 1주에 190달러를 오가며 시가총액 100조를 돌파했다. 그런데 이 주식의 주당 순이익은 1.7달러에 불과했다. 연간 수익률이 0.89%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아마존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적잖은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미래 수익이 안전하다고 생각되면 요구수익률은 금리 이하로도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편에 이어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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