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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 Apr 18. 2023

놀란 엄마가 TV를 껐다

서프라이즈 성공!

  혼자 교습소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데, 핸드폰에 알람이 울렸다. 작가가 된 걸 축하한다는 브런치의 반가운 알람이었다. 브런치에 올릴 첫 글은 뭘로 할까 고민하다가 먼저 엄마에게 알리기로 했다.


  웃음도 눈물도 많은 엄마는 나에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처음 소개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고, 드라마틱한 리액션으로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도여행을 앞두고 타지마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타지마할에서 야간개장을 한다는 말이 나왔다. 찾아보니 미리 사전신청을 하고 제한된 인원과 제한된 시간 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이 모두 입장하면 타지마할에 있는 모든 조명을 끄는데, 그 뒤로는 오직 밝게 떠오른 보름달의 빛으로만 타지마할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여기까지 말하고 있는데 별안간 엄마가 비명을 질렀다. 지레 놀란 내가 왜 소리를 지르냐 묻자,


  "너무 멋있을 것 같아서"


  하며 엄마는 이미 눈앞에 달빛아래에 서 있는 타지마할이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난 천성이 생각이 많고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데 걱정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 브런치를 알게 되었을 때부터 수시로 작가 신청을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해 왔다. 그러다 아주 충동적으로 작가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다.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역시나 미뤄버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순간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망설이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신청해 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거지 뭐. 단순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마침 책 읽고 나서 눈물도 찔끔 흘려서인지 개운한 마음도 있었고 그렇게 내 서랍 속에 있던 글 몇 개와 함께 깊게 고민하지 않고 작가 소개와 지원동기를 써 내려갔다.


  나의 첫 글은 이 소식을 들은 엄마의 반응으로 하기로 했다. 직접 보지도 않은 타지마할 이야기를 하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의 반응은 첫 글로 하기에 충분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깜짝 놀랄 소식이 있다며 밑밥을 깔았다. 편하게 누워 TV를 보던 엄마는 내가 제법 진지한 얼굴로 깜짝 놀랄 소식이 있다는 말에 그러지 말라며 손사래를 쳤다. 엄마는 내가 대체 무슨 말을 할런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엄마는 놀라게 하지 말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겠다며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TV를 힐끗거리고 있었다.


  "나 브런치 작가 됐다!"


  엄마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타지마할은 생각도 안 날 만큼의 소리를 치면서. 미쳤나 봐! 진짜?! 되물으며 박수를 쳤다. 급하게 TV를 끄고 나보다 훨씬 더 좋아하며 웃었다. 그리곤 진지한 얼굴로 누구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 하나 고민했다. 친구들, 동네 이웃들, 가족들, 심지어는 엄마가 일하는 학교와 학부모들에게 까지.


  "당연히 알려야지, 작가잖아 작가!"


  외려 개인 블로그 같은 성격이 짙다고 생각했었지만 엄마는 전혀 아니었나 보다. 엄마는 당장이라도 나의 이름이 서점에 걸리기라도 한 것처럼 즐거워했다. 큰 기대도 하지 않았고 별 소식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반응을 보니 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졌다. 한 번에 붙기도 쉽지 않은 작가 신청을 단박에 붙었다며 엄마는 기어코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다. 물론 전화를 돌린 몇몇이 모두 '브런치'를 모른다는 게 우스운 상황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일을 하고 누굴 만나던지 간에 나는 아빠의 성씨인 김 씨로 살아가겠지. 하지만 내가 작가라는 꿈을 가지고 글 쓰는 일을 소명으로 하겠다 여긴 그 모든 순간들은 엄마의 영향이었다. 그래서 엄마의 성씨인 이 씨를 가져다 필명을 지었다는 말을 하자 엄만 결국 쿠션을 끌어안고 있다 눈물을 훔쳤다. 안경을 추켜올리며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니 그 엄마에 당연히 그 딸, 결국 나도 벌게진 눈가를 비벼야 했다. 비명에 박수에 눈물까지, 서프라이즈 소식은 아주 대 성공이었다.


  그 뒤로는 계속 글은 언제 올리는지 물음에 시달리며 한동안은 '김작가님'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앞으로 글이 올라갈 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내 글을 퍼다 나르고, '구독이랑 댓글을 많이 해줘야 책을 내준다니까'라는 말들을 반복하겠지만 엄마의 즐거움이 된다면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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