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병에 걸린 당신에게

- 마음이음, 마음 토닥토닥-

by 이음음

일 년에 서너 번은
꼭 걸리는 병이 있습니다.
이름 하여 '섭섭병'


나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무리한다 싶은 시간과 물질을 쏟아부었지만,

상대는 나에게

인색한 분량의 시간과 물질을 건네는 것조차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면

바로 섭섭병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버립니다.



섭섭병 바이러스는 참 빠르게 번집니다.

바늘구멍처럼 조금 섭섭했던 마음이,

어느새 커다란 구멍이 되어 가슴이 뻥 뚫린 채

중환자실에 드러누워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어야 할 지경이 됩니다.



그 날도,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니었건만)

섭섭병에 걸린 채 운전을 하며

집에 가는 길이었습니다.


비염이 심각할 때만

눈물 콧물이 흐르는 게 아니더군요.

섭섭병 바이러스가 퍼지자

훌쩍이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울다 보니 억울한 마음이 밀려왔고,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투지가

솟아올랐습니다.





안 되겠어!
이건 그 사람이 잘못한 거라고!

이건 따져야 할 문제야.
내가 울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따져야 할 목록을 조목조목

정리해보지만

마음이 편치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 안 좋은 말을 하려면

심장부터 벌렁거리는

그런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를 섭섭하게 했던 그 사람에 대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섭섭병은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걸릴 수 없는 병이더군요.

그래서 섭섭병을 일으키는 이들은

주로 사랑하는 가족, 친구, 친한 동료입니다.





결국, 사랑하기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내가 쏟아부은 사랑만큼,

그만큼이라도 받았으면, 아니

한 스푼이라도 조금 더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좌절되면 사랑은 분노로 바뀌기도 합니다.

분노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게 하니,

그렇게 해서 관계가 깨어지는 건

원하던 바가 아니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오고 갔지만

답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의 말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상처를 주는데 더 능하거든요.



요즘도 그래요.

사랑하는 이들에게서

조금만 찬바람 부는 말을 들어도

섭섭병에 걸릴랑말랑합니다.

이제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약을 처방합니다.


'나도 그들에게 섭섭병 바이러스를

주입했던 적이 있었을거야.

그래. 분명 그랬던 적이 있지.... '


나로 인해 섭섭병에 걸렸어도

묵묵히 곁을 지켜준 당신을

떠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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