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시그널2, 연애 그 이상의 이야기

김현우가 두 여자 사이에서 던진 질문

by 이음음

현우가 영주가 아닌

현주를 선택했다.


대부분의 데이트 시간을 함께 했던 영주가 아닌

남은 몇 번의 시간을 함께 했던

현주를 선택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한 남자의 결정에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

가슴이 이끄는 대로 현주에게 간 그의 선택에 공감한 사람들.

그런 현우의 선택에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


매력적인 그러나, 우유부단해 보이는

30대 한 남자의 갈등과 고민 끝에 내린 선택은

흥미진진한 질문을 던진다.


내가 그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이성을 따라 사람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감정이 끌리는 사람을 선택했을까?


이성과 감정의 선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살기에

그의 선택이 던진 질문은

그의 시크한 얼굴만큼 매력적이다.




감정이 이끄는 데로 달리다 보면

마음이 여기저기 부딪혀 다치고 만다.

그런 상처가 쌓인 시간을 지나고 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서서히 만들어진다.

'그래, 감정만 따라가다 보면

이렇게 다칠 수 있어'


그리고는

상처를 적게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상대의 모습을 그려본다. 이성적으로.

'앞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면 좋을 것 같아'


하지만,

감정이 끌리는 이성의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느새 시선은 감정이 이끄는 사람에게 머물고,

숨길 수 없는 마음은 표정과 말끝에서 훤히 비치고야 만다.


'안돼, 이렇게 감정이

이끄는 대로 가다가는 또 다칠지 몰라'하며

보호장치를 가동하여 보지만,

"안돼"라는 금기어는 또 다른 장치를 작동시킨다.

금기가 강할수록, 가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강해진다는

함정이 여기 있다.





가슴과 머리가 분리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어디 사랑에서만 그런가.

일상에서 수없이 부딪히는 순간인 것을.


선택할 때에도

가슴으로는 소나타를 사고 싶지만,

머리로는 재정 상황을 따지며

아반떼를 사야 한다고 말하는

두 목소리 사이에서

갈등한다.


가슴은 당장 침대로 달려가 푹신한 이불 위에

누워버리라고 말하지만,

머리로는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할 업무를

마쳐야 한다며 닦달한다.


머리와 가슴,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일상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고뇌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성과 감정의

간격이 남들보다 좀 더 크게 일어나거나

좀 더 자주 벌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왜 난 항상 선택이 어려운 걸까?"

"나는 왜 선택 앞에서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걸까?"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으며

이성과 감정의 저울질을 하며 고민하는 사이,

규빈이와 같은 직진남들은

성큼성큼 저 앞으로 걸어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쨌든 그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했고,

자신의 선택에 최선을 다했지 않은가.

비록 사랑하는 영주의 마음은 얻지 못했을지라도,

최선을 다한 자신에 대한 애정지수는 올라가지 않았을까.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선택의 과정 동안 생각의 실타래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들은 결국에는 우유부단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 시간이

'쓸모없는 시간'일까?

이 시간을 소중하게 바라보려 한다.


가슴과 머리의 낙차가 크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대체적으로 잔잔하다.

내면의 갈등이 그리 크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을 흔드는 에너지를 많이 일으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슴과 머리의 낙차가

큰 사람들이 만드는 고민의 시간은

삶에 파도가 몰려오듯 쉴세 없이 출렁거리게 만든다.

한번 파도에 휩쓸린 마음은

자신만이 아니라 주변까지 이리저리 흔들리게 한다.

하지만 흔들린다는 건, 또 다른 의미의

움직임이 아닐까.

움직임이란 그 안에 어떤 형태든

에너지를 품고 있다.

에너지는 긍정적인 무엇인가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부정적인 또 다른 것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현우가 이성과 감정의 선택 사이에서

갈등하던 시간의 에너지는

사람들을 같은 고민 안으로 끌어당기도 했다.





이성이 이끄는 영주를 선택했어야 했는지,

감정이 끌리는 현주를 선택해야 했었는지.

무엇이 옳 결정이었는지는

현우가 만들어나갈 시간에 달려있다.


다만, 이성과 감정이 이끄는 선택 사이에서

고민하던 그를 보며 잊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


나이와 함께 쌓여버린 책임의 무게를

감당하느라 잊고 지냈던

가슴의 힘을.

그리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시간이 쌓였으니,

이성과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

짠물만 잔뜩 마셨던 이전과는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어떤 물건을 사야 할지, 사지 말아야 할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자버릴지, 아니면 일을
다 마치고 자야 할지.

이 사람을 만나도 될지, 아니면 만나지 말아야 할지,

이성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는 게 인생이라면

이성과 감성의 낙차를

멋지게 파도타기 하듯 즐길 순 없을까?

명확한 인생의 기준점을 가지고 있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것도 현주가 얘기했던

그놈의 '자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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