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하나, 무너질 수 있는

- 전시장에서, 마음 토닥토닥 -

by 이음음


"아주 견고해 보이는 것이

일순간 무너지고

사라질 수 있음을

그는 이야기한다."


전시회 팸플릿에 적힌 문구처럼,

자크 코프만이 선택한 벽돌은

전시장 안에 공간을 만들고

공간을 무너뜨리기도 했습니다.


몇 개의 작품을 지나 마지막 방에 이르렀을 때,

눈앞의 풍경에 걸음이 멈췄습니다.


수십 개의 기다란 각목이

검은 벽에 무질서하게 꽂혀있었습니다.

차가울 정도로 질서 정연하고

꼿꼿이 서있는 벽의 앞모습으로 인해

각목에 찔린 벽의 뒷모습이

더욱 가슴 아팠습니다.


"여기 중간 부분을 봐,

흔들리고 있잖아."


함께 작품 앞에 서있던 그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발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흔들리고 있던 벽의 앞모습을.


자크코프만의 <떨리는 벽>은 2015년 김해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입니다


여행 중에 후배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소중한 이를 먼저 떠나보냈다고.

함께 여행하는 이를 위해

울음을 참아야 했습니다.


자크 코프만의 <떨리는 벽> 앞에서

감춰두었던 슬픔을 마주했습니다.

그것은 후배의 슬픔이었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이들의 슬픔이기도 했습니다.


아팠던 시간을 뒤로하고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하며

우리는 다시 질서 정연한 듯 한 모습으로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숨겨진 뒷모습은

무질서하게 꽂혀있는 각목으로 인해 아픕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뒷모습.

여전히 자신을 찌르는 각목이 꽂혀있다면

더욱더 숨기고 싶은 그런 모습이 있습니다.

전시장 한 편에 묵직한 슬픔처럼 서있던

자크 코프만의 <떨리는 벽>에서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팸플릿에 적힌 문장

의 문장으로 바꿔 적어봅니다.


나는 견고하지 않아.

일순간 무너지고 사라질 수 있어.


그렇게 말하고 나니 흔들리지않으려

애쓰던 마음이 쉼을 얻었습니다.

숨겨둔 뒷모습을 받아들이겠다는 고백이

흔들림을 멈추게 했습니다.


견고한 듯 보이지만 흔들리는 뒷모습

그게 바로 나의 모습입니다.

'한 사람'이란 작품을 만들기에

필요한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