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32번 버스를 타고 달린
한 시간 남짓의 여행.
버스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은 따끈했고,
햇살을 입은 초록나무가
바람에 반짝였다.
길가에 자란 민들레 홀씨도
이름 모를 들풀도 햇살을 입어서
반짝였다.
햇살을 입으면
모두 반짝인다.
햇살 아래서 걷는
마음도 반짝인다.
3천 원짜리 짜장면 점심을 먹고,
편안하면서 멋스러운 니트를 입은 듯한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앞으로의 시간을 설레게 만드는
아크릴 붓과 물감을 사고,
오랜만에 들린 서점에서
무기력해진 열정을 되살리는 책들을 펼쳤다.
주로 현실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시골 어느 길에 멈추기를 반복하는 32번 버스를 타고,
흥얼거림에 가까운 나윤선의 느린 노래를 들으며
도착했다.
현실로.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낭만이라고 한다.
성실한 생활인에게 낭만은 무엇일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치우며 현실을 살기도 하고,
닥친 일을 해결하기 위해 다급하게 현실을 살기도 한다.
성실한 삶의 흔적처럼 생활인들의 마음에 쌓여버린 현실적인 이야기.
그 물건은 어디서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줄어든 월급을 어떻게 메꿔야 할까?
언제까지 이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까?
피아노 학원을 끊고 수학 학원을 보내야 하나?
어버이날인데 부모님께 용돈을 드려야 하나? 얼마 드려야 하나?
이런 이야기가 인생의 전부라면,
이런 이야기만 나눌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빡빡할까?
32번 버스에서 내리며
나에게 약속해주었다.
해야 할 일과 해야할 말들로 마음이 가득 찼을 때
다시 한번 떠나게 해 주겠다고.
현실을 살아내느라
다급하고 분주한 존재가 아닌
그저 바라보고, 음미하는 존재로 머물 수 있는 시간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며
현실을 잠시 벗어난 시간 속에서
낭만적인 마음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현실이 들려주는 이야기만이 아닌
낭만적인 마음으로 나 자신과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마음이 되길...
이상, 소망, 믿음, 이런 낭만적인 마음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
그런 마음으로 현실을 이겨내게 하는 것,
그것이 낭만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