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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Nov 06. 2020

할로윈, 해골 그리기 숙제

자녀교육,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음껏 뛰어놀던 그 시간을 그리워서 @leeeum


"엄마! 해골 좀 그려줘!"


학교에서 해골을 그려오라고 했다니,

믿을 수 없더군요.

학교 수업 영상에는 한 유튜

영상이 링크되어 있었습니다.


"할로윈 미술, 슈가스컬 그리기"



타투로도 많이 쓰이는 슈가스컬 이미지

학교 숙제라면 성실하게 해내던

소윤이는 하얀 도화지 위에

해골을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이왕이면 잘 그려서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면서 말이죠.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다

잠들기 전, 아이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


하나님, 소윤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이불 속, 소곤소곤 시간.


"소윤아, 엄마가 왜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기로 결심했는지 알아?"


그리고 조금은 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복음이 있어. 그리고 저기에 세상이 있고.

이 둘 사이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잖아.

그 사이를 이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거야.  

소윤이도 강 건널 때 돌로 된

징검다리 건너봤잖아. 그렇지?


엄마는 세상과 복음을 이어줄 수 있는 징검다리를

문화예술로 봤어. 문화예술의 뿌리는 미술 있다고 생각해서 기독교미술을 공부하고 있고.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서 복음으로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소윤이에게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면서,

잠시 잊고 살았던 싸움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복음의 반대 쪽에서도 세상과 이어질 수 있는

징검다리를 놓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우리가 재미있다.

멋있다. 하는  영화, 음악, 축제 같은 것들이

어느 방향으로 놓여져있는

징검다리인지를 생각해 봐야 해.


그것이 복음을 향해 가는 징검다리인지

아니면 그 반대편으로 가게 하는 것인지."




조금은 긴 이야기를 마치고

서로의 소소한 하루를

나누고 취침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소윤이가 하나님의 딸답게

살아가게 해주세요.

좋아보이는 것, 재미있고 멋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을

선택하며 살아가게 해주세요."


감정과잉된 엄마가 훌쩍이자

어느새 엄마의 어깨에 올라온

소윤이의 손이 토닥토닥.


쑥스럽게 마무리가 되었지만,

커가는 아이에게 말로 전할 수 있는 게

점점 줄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밤산책 중에,

함께 달리며 웃었던 시간처럼,

그런 추억이라도 열심히 쌓아가려 합니다.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 속에서

아이가 하나님을 알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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