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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Jul 13. 2021

습관을 벗겨낸 그림

조반니 벨리니

조반니 벨리니, <피애타>, 1465년


다이어트 중에 먹는 치킨이 제일 맛나고

시험 기간 중에 읽는 소설책이 재미있듯이

해야할 일을 미뤄두고 보는 그림이야말로

눈에 쏙쏙.   


책장을 휙휙 넘기다

한참을 멈춰 바라보던

벨리니의 그림.


손등 위의 붉은 못자국.

구멍 안이 들여다 보일 것처럼,

끔찍하고 선명하다.


벨리니는 화폭 앞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십자가도, 군중도,

갈보리 언덕의 풍경도

다 지워냈다.


그는

십자가의 상흔과

세 인물의 표정만 남겨두었다.



화가가 화폭의 중앙에 배치한 붉은 못자국  



과감한 침묵 앞에서

메시지는 선명해진다.


벨리니는  

습관적인 언어에 갇혀 있던 예수님을

새롭게 드러냈다.

익숙한 화법을 깬 그의 피에타

가려져 있던 의미를 찾게한다. 

멈춰 다시 바라봄을 통해서.


사명을 다한 그의 얼굴,

그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눈빛,

제자 요한의 허망한 표정을

충분히 바라보고 난 뒤,   

저 멀리 노을이 보인다.


빛의 붉은 흩어짐을, 사라짐을

화가는 그려냈고,

어둠이 올지라도,

다시 빛이 올 것임을

나는 읽어냈다.



조반니 벨리니, <피에타>, 1505년

P.S

벨리니는 이 작품 전후로

수년 동안 여러 장의 피에타를

그렸다고 한다.

이 중에는 익숙한 모습의 피에타도 물론 있었겠고.

이런 노력이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냈다는

교훈적인 멘트로 마무리를 짓고 싶어하는 습관이란...



#르네상스화가_조반니벨리니

#피에타_1465년

#첵_한길아트_명화로읽는성서_고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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