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지막 날,
겨울 햇살을 따라 걸으며
새해 바람을 떠올려봤지요.
누군가 되어야 하는 삶이 아닌
무엇을 완성해야 하는 삶도 아닌,
받은 것을 누리는 삶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런데
무엇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곳에 마음을 담그는
고요함이 필요하더군요.
선물처럼 받은 시간 속에서
마음을 멈춰 세워야 합니다.
그림을 보며 배웠습니다.
쉽게 쉬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며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던 지난 날.
도망치듯 그 시간을 뛰쳐나왔는데
막상 갈 곳이 없더군요.
헤매다 들어선 곳이
조르조 모란디의 전시였습니다.
부드러운 고요함이 담긴 그릇에
둘러싸여 한참을 멈춰 있었지요.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예술은 그저 예술일 뿐입니다.
인생을 구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작품에 창조력이 담겨 있다면
보는 이의 감정의 한 조각이
재창조되기도 합니다.
그 안에 마음을 담아두는
멈춤의 시간.
그렇게 요란하지 않아도
이미 충만한 삶을 누리는 법을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