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웨이웨이
"엄마, 난 현대미술은 아닌거 같아."
딸아이의 눈빛에서 간절한 속마음이 읽혀지더군요.
(엄마, 이제 나 이런데 데려오지마! 나는 애플샵 이런 곳에 가고....)
현대미술과 딸아이의
아름다움의 간격은 너무나 멀어보이네요.
아이 웨이웨이 작가는
관객과 아름다움의 간격을 만드는 데
상위권이 아닐까 싶네요.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가운데 손가락을
번쩍 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듯 합니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그런 아름다움이 아니라고!"
그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보게 된 건
한 문장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예술이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예술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 아이 웨이웨이-
그렇게 만난 첫 작품이
<여행의 법칙>이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미사일에 둘러쌓인
검은 보트, 그 안에 탄 무명의 사람들
난민에 대한 관심은
그의 삶의 궤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또한 고향을 떠나 난민같은
삶을 살고 있네요.
그의 고향, 중국은 너무 사랑해서
그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처럼 보입니다.
마치 사랑하는 부모이지만
자신의 자유와 예술을
빼앗으려 했기에 떠날 수 밖에 없는 대상.
그래서 분노와 사랑으로 뒤섞여버린 뿌리.
하지만 고향에 대한 아픔을 너머
그는 세계시민이 되기로 합니다.
아이 웨이웨이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인간미래>전시에서
인간과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말합니다.
이러한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중국의 인권과 난민 문제는
인간 미래가 직면해야할
아픈 손가락 중 하나이죠.
하지만 그는 이 문제를
인권운동가도 정치 사회학자도 아닌
예술가로서 풀어냅니다.
금색 프린팅으로 꾸며진
화려한 방에 들어서면
대나무로 만든 거대한 인간 모양의
작품을 압도적으로 만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보면
금색 벽지에는
감시 카메라와 트위터의 상징인 새가 가득하지요.
이곳은 화려한 왕의 방이 아닌
화려한 감옥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매달린
거대하지만 가벼운 인간의 모형.
귀한 유물이 놓여있을 것 같은
진열 상자 안에는
해골과 옷걸이, 수갑 등이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아이 웨이웨이는 작품 곳곳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때로는 슬며시
담아 두었습니다.
아이 웨이웨이의
다른 작품을 보다보면
그가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참으로 절박합니다.
자유와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것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는 예술.
그것이 아이 웨이웨이가 절박하게 보여주고 싶은
현대미술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미술관에서 만나는 현대미술은
일상에 떠밀려 지나쳐 버린
세상의 가장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보고싶은 이들과 데이트하는
기회도 선사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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