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었죠.
어떻게 입 안에서 물컹거리는
'가지'를 먹을 수 있지?
그런데,
요즘 저는 양념 간장이 탐스럽게
올려진 삶은 가지를 즐겨먹습니다.
몸에 세월이 쌓이며 입맛이 바뀌듯이,
"절대 안해. 절대 안돼"라고 말하던 입은
고집을 잃고 유들유들해져가네요.
보라색 가지 말고도
'절대'라는 말이 무너진 것이 또 있습니다.
한번 읽은 책을 왜 또 읽어?
세상에 얼마나 흥미진진한 책이 많은데!
하고 남편의 눈을 피해 중독적으로
구매하던 새 책을 멈추고,
봤던 책을 두번, 세번 다시 읽고 있습니다.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가 원인인가?
살짝 슬퍼지려다,
유진 피터슨님께서 그 원인이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며
위로해주시네요.
"이야기는 가만히 고정되어 있지 않아요.
이야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라나고 깊어지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건,
내가 변화되었기 때문이었네요.
'절대' 라는 내 안의 경계가 희미해지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절대'라고 생각했던
기준과 경계가 희미해지며
넓어진 그 안으로
여러 생각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 중에
생명이 담긴 답을 찾기 위해
헤매입니다.
그런 혼란의 시간 동안
마음에는 답을 찾지 못한
빈칸이 쌓여갑니다.
그럼 믿을 만한 친구를 찾아가듯이
의지가 되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되지요.
마음의 빈칸에
타인의 이야기가 쌓이며
내 안에서도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