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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Jan 19. 2022

샤갈처럼, 여린 마음이라면

이밤에그림

샤갈, <트루넬 강변>


마음이 여린 이들이 있습니다. '여리다'라는 표현 안에는 부드러움이 담겨있죠.  여리고 부드러운 존재는 전쟁보다 생명을 품는데 능숙합니다. 이기기 위한 싸움보다 사랑에 더 익숙합니다.


샤갈의 그림을 보면 느껴집니다.

'마음이 참 여린 사람이었구나.'


억센 두 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가족. 어린 샤갈의 그림은 그들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 무력감을 견디며 그는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20대에 어렵게 도착한 파리에서 샤갈은 야수파와 입체파를 만나지요. 하지만 혼란과 새로움의 실험을 너머 그는 다시 자신의 길로 돌아옵니다. 그는 여린 사람이었지만 타인을 따라 걷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샤갈, <생일> 


샤갈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마치 꿈속을 떠다니는 듯합니다. 세상의 무거운 중력을 벗어난 듯 하늘을 부유합니다. 세상의 차별과 경계의 긴장감이 사라진 캔버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춤을 추는 듯 합니다. 동물과 나무, 인간이 조화롭게 머물던 태초의 동산처럼 자유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이것이 억세고 거친 세상을 품는 샤갈만의 방식이었습니다.


샤갈, <다윗과 밧세바>


그녀의 침묵은 내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샤갈의 고백을 받았던 벨라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목격하며 그의 삶에 짙은 슬픔이 고입니다. 그러나 그는 고통 앞에서 강하고 질겨지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다시 '사랑'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샤갈, <하얀 십자가>



2차 세계대전과 출판사가 파산한 상황에서도 그는 성경 삽화를 계속 그려갑니다. 이번에 열린 샤갈 특별전에서 그렇게 완성된 샤갈의 성서 이야기를 마음껏 볼 수 있었네요.


여리고 부드러운 마음은 사랑의 품처럼 생명을 품는데 능숙합니다. 샤갈의 그림에 담긴 성경 이야기가 부드럽게 보는 이의 마음에 전해집니다.




#마이아트뮤지엄 #샤갈특별전 #4월까지

#chagallandbible #푸른다윗

#파리오페라하우스 #천장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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