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밤에그림
마음이 여린 이들이 있습니다. '여리다'라는 표현 안에는 부드러움이 담겨있죠. 여리고 부드러운 존재는 전쟁보다 생명을 품는데 능숙합니다. 이기기 위한 싸움보다 사랑에 더 익숙합니다.
샤갈의 그림을 보면 느껴집니다.
'마음이 참 여린 사람이었구나.'
억센 두 손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가족. 어린 샤갈의 그림은 그들에게 무엇도 해줄 수 없었습니다. 그 무력감을 견디며 그는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20대에 어렵게 도착한 파리에서 샤갈은 야수파와 입체파를 만나지요. 하지만 혼란과 새로움의 실험을 너머 그는 다시 자신의 길로 돌아옵니다. 그는 여린 사람이었지만 타인을 따라 걷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샤갈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마치 꿈속을 떠다니는 듯합니다. 세상의 무거운 중력을 벗어난 듯 하늘을 부유합니다. 세상의 차별과 경계의 긴장감이 사라진 캔버스. 그 위에서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부드러운 춤을 추는 듯 합니다. 동물과 나무, 인간이 조화롭게 머물던 태초의 동산처럼 자유롭고 행복해 보입니다. 이것이 억세고 거친 세상을 품는 샤갈만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녀의 침묵은 내것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내 것이었다.
샤갈의 고백을 받았던 벨라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목격하며 그의 삶에 짙은 슬픔이 고입니다. 그러나 그는 고통 앞에서 강하고 질겨지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또다시 '사랑'을 이야기하기로 합니다.
2차 세계대전과 출판사가 파산한 상황에서도 그는 성경 삽화를 계속 그려갑니다. 이번에 열린 샤갈 특별전에서 그렇게 완성된 샤갈의 성서 이야기를 마음껏 볼 수 있었네요.
여리고 부드러운 마음은 사랑의 품처럼 생명을 품는데 능숙합니다. 샤갈의 그림에 담긴 성경 이야기가 부드럽게 보는 이의 마음에 전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