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미학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음 Feb 07. 2022

마음에 입히는 옷

김소희 작가 <일상, 그 시선 너머>

김소희 <일상을 보다>의 작품 일부, 실드로잉, 2019


대학원에서 하나의 작품이 무너지고 다시 세워졌다가, 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하다가 완성되는 과정을 경험하고, 보고 나니 미술 작품을 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더군요. 그래서 김소희 작가의 작품을 처음 만난 날, 감탄부터했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붓과 물감 대신 두 팔과 실을 선택했습니다. 캔버스에서 얇디얇은 실이 형태와 색을 얻기 위해 노동의 시간이 쌓아야 했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전시장에 들어선 이들조차 감탄하며 자세를 다시 잡고 작품 앞에 가까이 다가가더군요. 그녀의 작품에 쌓인 시간을 가늠하면서 말이죠.



김소희 <일상을 보다>, 실드로잉, 2019


김소희 작가는 작품에 쌓인 시간을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엄격한 말과 규칙을 머금은 사람은 아닙니다.


밀도 높은 작품 위에 불현듯 늘어진 실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반복과 규칙성으로 움직이는 바느질 위에 뜻밖의 찢어짐과 늘어짐. 이는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슬픔과 탄식, 이를 너머 짓는 여유 같습니다.



작품의 늘어진 실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 액자 집에서 좋은 마음(?)으로 그녀의 작품에 늘어진 실을 잘라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주변 작가들의 분노의 반응과 달리 김소희 작가의 대답은 푹 익은 무른 배 같았지요.


"어쩔 수 없죠. 뭐."


그런 소희 작가의 느슨하고 무른 마음이

잘 익은 배처럼 달게 느껴지더군요.


이불이 되고, 옷이 되며 세상의 쓸모를 위해 사용되던 바느질. 그녀의 바느질은 캔버스 위에서 다른 쓸모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입니다. 작품 앞에선 이들에게 이전과 다른 감정의 옷을 입히면서 말이지요.


_____________________


*김소희 작가의 <일상, 그 시선 너머>는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2층에서 화요일까지 전시합니다.


#미술전시 #인사동 #현대미술작가

#김소희작가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백석대대학원 #전시그램



매거진의 이전글 며느리, 엄마 말고 여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