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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 Feb 15. 2022

엄마의 상실감, 그 너머에

니콜라 푸생 <모세를 강에 띄우다> 작품 일부



아직은 어색한 이와 대화를 나누다 "그래요?"하며 상대에게 마음이 다가서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 마음과 비슷한 마음을 발견하면 그래요.  "이런 스타일은 내 취향이 아니지." 했던 그림도 그 안에서 비슷한 감정을 발견하면 그림에 다가서게 되네요. 푸생이 그린 여인의 표정이 그랬습니다. 아기를 담은 바구니가 손을 떠나는 순간. 절망으로 뒤덮인 여인. 남편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그도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니콜라 푸생, <모세를 강에 띄우다>, 1654년


사건의 시작은,  이집트 바로 왕의 명령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남자 아기를 다 죽이라는 잔인한 명령에 가족은 아기를 운명에 맡기기로 합니다. 바구니에 아기를 담아 나일강에 띄우지요. 성경에 기록된 모세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기의 죽음을 마주한 것 같은 엄마 요게벳의 표정.  그녀의 얼굴에서 잊고 있던 저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아기를 잃을 수 있겠다는 두려움 가득했던 그 순간.


소윤이가 두 살이 되던 해, 새벽 1시. 소윤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랐습니다.  갑자기 아이의 검은 눈동자가 위로 넘어가면서 몸은 경련하기 시작했죠.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없었던 저는 남편에게 119전화를 부탁하고,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소리치듯 기도할 뿐이었습니다. 품에 안겨있던 아이의 몸이 딱딱하게 굳더니 숨이 멈췄습니다. (10년전 이야기인데도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고이네요.)



모세의 엄마, 요게벳도 그랬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감. 그러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푸생은 비극적인 슬픔과 함께 저 멀리 화려한 바로의 궁 또한 그려넣었습니다. 소망과 함께 말이지요. 화가는 엄마 요게벳과  아빠 아므람 사이에 여자 아이를  그려 넣었습니다. 모세의 누이 미리암입니다. 미리암의 오른손은 저 멀리 바로의 궁전을 가리키고 있네요.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 다음의 사건은 출애굽기 2장에 적혀있습니다.)



다시 숨이 돌아온 소윤이를 안고 광야같은 시간을 걸으며 참 많은 질문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질문의 대답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네요.


"자녀는 내 것이 아닙니다. 

이 아이는 하나님의 것입니다."


엄마 요게벳이 아기 모세를 나일강에 띄우며 눈물흘렸던 시간.  너무나 소중한 존재를 상실한 것 같은 시간. 눈에 보이는 상황과 달리,  아기 모세와 그의 가족은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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