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다로, 마음 토닥토닥-
봄과 우울증, 친할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종종 두 손 꼭 붙잡고 함께 옵니다.
통계적으로 우울증으로 인한 극단적인 행동이 4월부터 급증해서 5월에 정점을 이룬다고 하니, 봄과 우울증은 가까운 사이인가 봅니다
제 주변을 봐도 봄이 되면
남자들은 피로한 몸을
여자는 울렁거리는 마음을 호소합니다.
남자가 봄을 타면 봄철 채소라도 입에 넣어 기력을 회복하면 되는데,
여자의 마음이 봄을 타면, 해결 방법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엄마들이 봄을 타면,
희생양은 (경험상) 남편과 자녀일 확률이 높지요.
봄 타는 엄마의 증상은 이렇습니다.
남편의 밥을 챙겨주는 것이 슬슬 짜증나기 시작하다가
남편이 밥 먹는 모습까지 미워지기 시작하면,
마음은 이미 중환자실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아내가 봄을 타지 않는다고는 말 할 순 없지요.
'태양의 후예'를 다운받아 보고 또 보고를 반복하니 눈만 감으면
송중기와 송혜교의 러브러브 모드가
반복 재생됩니다.
과거의 남자들을 추억 속에서 하나 둘 환생시키거나,
하늘거리는 쉬폰 스카프나 원피스를 찾아
명동이나 강남역 근처를 방황하는 것도 하나의 증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봄 타는 여인네들의 동일한 증상은
'사랑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느낌만 받으면,
우울감의 흙빛 세상에서 핑크빛의 러브러브 세상으로 바뀔 것 같은 기대감.
로맨틱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설렜던 한 장면이
나에게도 일어났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
그것이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며칠 전,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친구와 전화로 실컷 넋두리를 해댔습니다.
"너도 봄타니? 나도 봄타~
우리 쇼핑이라도 갈까?"
고장난 라디오처럼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 얘기, 저 얘기 반복해보지만,
우리가 진정 원했던 것은 역시나 '사랑받는 느낌' 바로 그 마음이었습니다.
통화 종료를 누르고나니 궁금해졌습니다.
나는 언제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었지?
예전에 만났던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던지는 멘트는 로맨스 소설에 나올법한 달달한 말들이었죠.
수시로 전화해서 사랑을 고백하고, 나의 고백을 듣고 싶어 하던 그에게서
안타깝게도 나는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헤어지냐는 그에게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떠났습니다.
그리고 사랑이란 정말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심각하게 빠져들었죠.
내가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요?
그를 향한 감정이 사랑이란 걸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답을 찾아 이 책 저 책을 뒤적이다
발견한 것은 아주 오래된 문장이었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기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고린도전서 13:4-
내가 생각한 사랑은
'누군가 나에게 해주었으면'하는 것이었는데,
이곳에 적힌 사랑은 '네가 해주는 것’이라고 적혀있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그를 떠올리며
오래 참고 싶어지고, 온유하고 싶어지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싶어진다면...
그럴 수 있을 자신은 없지만
그러고 싶은 사람이 바로 그라면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요?
사랑과 짝사랑 사이를
방황하던 내가 내린 '누군가를 사랑한다' 에 대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사랑은 기분을 좋게 하는 초콜릿처럼
달달한 감정만은 아니었습니다.
약간의 쓴맛이 있는 초콜릿이 더욱 맛있고,
몸에 좋듯이
내가 애쓰고 눈물을 흘린 그 사람에게서,
나는 사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봄,
다시 사랑하고 싶습니다.
눈물이 날 수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