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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음음 Apr 09. 2016

왜 독서토론을 하는 걸까요?

- 호기심으로 시작해 본 독서토론 체험기 -

책을 읽는다. 와 책을 읽고 토론한다. 가
어떻게 다를까요?
 
이런 질문을 가지고 만났던

숭례문 학당 독서토론.  
 
<이젠, 함께 읽기다>, <프레드릭>, <호모 쿵푸스>, <달과 6펜스>
<모멸감>, <삶을 위한 철학 수업>, <투명인간>, <단속 사회>
이렇게 여덟 권의 책을 허겁지겁 읽는 사이 두 달이란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독서토론의 리더를 양성하는 과정답게

두 달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주에 책 한 권의 책을 읽고,
논제(질문)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더군요.
 
낮에는 일터와 가정에서 동분서주하고
깊은 밤이 되면 독서 토론의 세계에 접속하다 보니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뿐이었습니다.
새벽까지 책을 펼쳐 놓고 노트북 앞에서 인상 팍팍 쓰는
저에게 남편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하더군요.
 
  "학창 시절에도 안 하던 공부를 지금 해?"   
 
저만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리더과정을 함께한 11명의 단체 카톡방에는
논제를 만들다 새하얗게 밤을 불태웠다는
메시지가 종종 올라왔습니다.
 


# 왜 독서토론을 하지?   

매주 목요일.
7시 반부터 시작된 독서토론이 10시가 넘어서야 끝이 납니다.
숭례문 학당을 나서는 이들의 얼굴은
하루의 피로가 토론의 열기로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2시간 동안 나에게 묻고는 했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책에 매달리는 걸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독서토론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붓는 걸까?"
 
독서토론 리더 과정을 위해
매주 이천, 서산, 부산에서 오시는 분들의 열정을
마주하면 이 질문의 답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일터에서, 삶의 현장에서
독서토론을 꾸려나가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열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유별난' 열심에 한 지인이 독서토론 멤버인 초등학교 교사, 영덕님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해?"    
  그의 대답은 단순했습니다.   
  "재미있어서요"
 
자신의 독서 취향과는 거리가 먼 책을 읽어야만 하고,
저자와 토론자의 머리 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논제를 만드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데
어떻게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 독서토론이 주는 특별한 재미  

독서토론의 재미는

맛집에서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를 보거나
심장이 들썩 거리는 놀이기구를 타는
그런 기쁨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독서토론이 주는 재미는
오감을 자극하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는
그런 재미와는 달랐습니다.   

  바로 공부하는 재미였습니다

  공부와 재미.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단어로  

  만든 문장을 내뱉게 되다니!   


독서 토론은 책으로 시작하는 공부지만

책으로만 끝나는 공부가 아닙니다.
혼자 책을 읽는다면 책으로 시작한 공부는

책과 나에 대한 공부로 끝나기 쉽겠지요.
하지만 두 사람 이상이 모여 한 권의 책을 이야기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공중에 부딪히는 순간을 보게 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 부딪혀 만들어낸 불꽃은  

나의 생각이 무엇이었는지  ,
너의 생각은 무엇이었는지를 더욱 선명하게 밝혀주더군요.
그리고 나와 네가 모인 우리, 공동체, 사회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시켜 줍니다.
생각의 부딪힘으로 만들어진 불꽃은 작은 불꽃을 만들어내듯 새로운 생각이 솟아나도록 돕기도 합니다.
 
  그러니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며  
  생각이 부딪히는 시간을 통해  
  나에 대한 공부, 너에 대한 공부  ,
  그리고 우리 사회에 대한 공부까지  
  공부의 범위가 확대됩니다.


단지 한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인데
마음과 생각이 깊고 넓어지는 진짜 공부의 기쁨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니 독서토론을 준비하는 과정은 '고난'과 같을 지라도 이 특별한 재미에 빠져드나 봅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함께 독서토론을 공부했던
11명의 동지(?)들이 없었다면
공부의 재미를 깨닫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 듯합니다.
독서실 칸막이 안에서 하는 외로운 공부만 경험했던 나에게 농담으로 양념 쳐가며 책에 대해 말하고 듣는 공부는 '함께 하면 공부도 재미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더군요.   
 
매주 목요일, 흰머리 카락을 휘날리며
부산과 서산에서 올라오신 두 분의 어르신.
60년 동안 숙성된 삶의 이야기를 책과 함께 버무려 들려주시니 매시간 마음에 잔잔한 울림까지 남았습니다.   

퇴근하고 달려오던 남녀 직장인들, 그리고

주부란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달려온 3040대 여성들.
 
함께 했던 한 분, 한 분이  

한 권의 책처럼 다가와

참 많은 것들 느끼고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 책을 넘어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어쩌면 8주 동안

내가 매달린 것은 책이 아니었는지도 모릅니다.
나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함께 했던 이들을 이해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아등바등하였던 시간이었습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눈에 보이는 책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저자가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간
나와 당신과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하며
우리는 이전에 묻지 않았던 우리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며, 즐거웠습니다.
함께 서로를 읽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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