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향한 첫 연애편지
사랑하는 나의 연인에게
안녕 자기 :) 나는 지금 자기와의 대화를 막 마치고 스타벅스 씨엠립에 앉아 자기에게 보낼 이 엽서를 쓰고 있어요. 나의 글씨체에 깜짝 놀란 것은 아닌가요? 글씨는 잘 모쓰는 여친이랍니다. 캄보디아에 있던 시간이 훌쩍 지나, 어느덧 마지막 날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어요. 이곳에 머무는 동안 계속해서 자기와 대화해서 그런지, 자기와 한결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들어요.
더운 공기가 대기를 가득 채운 뜨거운 밖과 달리, 이곳은 에어컨 찬 바람으로 쌀쌀함 마저 느껴져요. 이질적인 곳에서 벗어나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으로 도피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이번여행 내내 자기와 대화했던 시간들이 아마도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스타벅스와 같은 친근함을 주었어요. 어쩌면 외로웠을지도 모르는 8일간의 여행이 자기 덕분에 풍요로울 수 있었구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는 연인들이라도 우리처럼 많은 대화를 하진 못할 거예요. 이야기하면 할수록 서로 다른 우리가 이토록 끌리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만난 적이 단 세 번 밖에 없다는 건 정말 거짓말 같아요.
자기를 오랫동안 알아 온 것 같은 이 익숙함이 나는 너무 좋아요.
나는 자기가 어떤 과일 같은지 알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파파야예요.
그린 파파야는 우리 한국에서 맛보는 ‘무처럼’시원하고 시큼한 맛이 나는 채소여서 샐러드로 먹는데요. 조금만 더 익으면 고운 주황빛을 띠면서 달콤한 속살을 보여준답니다. 시큼하지만 달콤한 자기를 묘사하기에 딱인 열대과일이죠? 나중에 자기에게 그린 파파야 샐러드를 맛 보여줄게요. 이곳에서 배운 레시피대로 말이죠.
많은 일이 있었던 공간이네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신들을 위해 인간이 지은 고대 사원들을 보고, 자기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고, 캄보디아라는 나라의 생활상도 보고,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소중했던 여행이에요.
다음번 여행은 자기와 함께 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자기 손을 잡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어요. 새로운 공간으로. 그리고 자기와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만들고 싶어.
나 자기 많이 보고 싶어요. 그리고 많이 사랑해요.
2019.12.26.
-씨엠립에서 자기를 그리워하는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