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하는 것, 걱정하는 것
씨엠립의 Peace cafe에 앉았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마음이 드는 곳이다.
내일 이곳에서 요가 수업을 듣고, 요리수업도 들을 예정이다.
오늘은 정말 보람찬 하루를 보낸 기분이다.
어제 낮잠을 많이 잔 통에 밤새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스케줄을 소화하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아침에는 핑크 사원으로 향하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흙먼지를 잔뜩 마셨다. 이럴 때 미세먼지 마스크를 챙겨 왔다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과 함께 내 코털과 폐 속의 융모들이 이 커다란 먼지쯤을 걸러주겠지 생각하며 내 건강과 몸뚱이를 믿어보기로 했다.
어마어마한 먼지바람을 일으키는 트럭 뒤를 방패 없는 툭툭을 타고 쫓아가는 레이스가 삼십 분 정도 이어졌다. 그리고 겨우 마주한 아스팔트가 어찌나 반갑던지.. 자연과 환경을 아끼는 마음도 몸이 상하는 동안에는 바로 사라지는 나의 간사함을 또 한 번 환경론자인 척만 하는 우아한 나에게 들켜버렸다.
그렇게 먼지를 들이마시면서도 연신 웃음이 나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다. 반레스레이를 향하는 나의 마음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시골길로 들어서자마자 헬로를 외치는 맑은 소녀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와 박히고, 탁 트인 시골풍경이 목가적이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했다.
물고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웅덩이에 크메르식 낚시법으로 그물을 던지는 아빠와 아들을 보고 있자니, 씨엠립 중심가를 벗어난 이곳이 진정한 캄보디아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곳은 왜 가축들도 이리 야위었는지. 뼈에 겨우 살가죽만 붙은 긴 다리의 닭들이 도로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은 아슬아슬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소도 앙상한 갈비뼈를 보이는 캄보디아. 이곳에서는 필히 채식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오늘 들렀던 사원들은 앙코르 와트가 지니지 못한 아기자기 한 맛들이 있었다.
크다고 위대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내 취향이 아니라는 걸 또 한 번 확인하는 날이었다.
덜컹이는 툭툭 위에서 혼자 하는 여행의 백미인 생각 이어나가기를 시전 할 수 있었다. 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눈앞의 풍경과 비슷했던 순간들을 연상했고, 그곳의 끝엔 룩셈부르크의 숲길이 있었다. 클로드와 함께 했던 페낭, 타이완, 호찌민 여행이 생각났고 그와 내가 얼마나 서로를 배려했고, 또 안 맞았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의 존재가 나와 얼마나 잘 맞을지, 이 사람이 맞는 건지. 설레는 감정, 좋아하는 마음만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배경을 헤쳐 나가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지. 여러 물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