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마사지의 즐거움

돈 쓰는 기쁨

by 한양희

돈을 벌어서 참 잘 쓴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간간히 있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고 그들의 반응이 너무나도 좋을 때, 값진 경험을 위한 여행으로 돈을 지불할 때. 그리고 피로가 확 풀리는 마사지를 받을 때!

한국에서는 비싸서 받을 엄두가 나지 않는 마사지라는 서비스 형태를 동남아에 오면 꼭 취한다.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되는 프로 마사지사들이 정성스레 몸에 기름칠을 해주면 세포 하나하나가 새롭게 깨어난 듯 그간 쌓였던 피로와 대적해 승리를 거둔다.


스스로를 합리적 소비자로 자처하는 나는 이런 빈곤국에 여행을 와서도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행에서 바가지는 현지의 물가를 올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가 다하는 최선은 무쇠와 같은 차갑고 강인한 자세로 마음을 무장하는 것인데, 어려움을 겪는 지점은 나의 강한 마음보다 더 강한 판매자의 단호한 목소리를 만났을 때다.

그래 그 정도 가격이면 한국에서 보다는 싸니까 하며, 현지 물가를 한껏 올려버리는 실수를 자행하고 뒤돌아서 후회한다. 더 싸게 살 수 있었는데 호구짓을 했구나.…..

그렇게 산 13불짜리 업사이클링 가방과 손뜨개 가방은 과연 얼마만큼의 활용도를 자랑할 수 있을까? 한국에 돌아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지 유용하게 쓰고 있는 노트북 파우치
꽤나 귀여운 손뜨개 가방과 귀여운척 하는 나


지금은 언제 어느 곳에 가도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스타벅스에 또 앉아 있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 토종 브랜드나, 로컬 카페에 가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편안함을 추구하는 몸이 뇌를 사뿐히 지르밟는다. 어딜 가나 익숙하고, 가격 흥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비슷한 품질의 맛이 보장된 곳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맥도널드에 이어 스타벅스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비록 나는 맥도널드에는 가지 않지만 말이다.

추워서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실내 속에서 뜨거운 햇빛으로 눈부신 창문을 바라본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해서 흐르고 흐른다.


유의미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싶기도 하고, 그냥 허송세월을 보내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이 언제쯤 가라앉아서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을까?

모든 이들이 그렇겠지만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며 우주로 가는 글의 끝을 잡아 본다.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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