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이제는 집에 가고 싶다

여행 마지막날 아침

by 한양희

드디어 떠나는 날이 되었다.

오래 있었다.

상상 속의 8일은 이렇게 길거나 지루하지 않았는데 정말 오래도록 작은 도시에 머문 기분이다.

다시 한번 앙코르 와트 7일 패스를 구매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3일만으로 고대의 유적지를 다 돌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정말 큰 착각이었다.

앙코르와트 3일 패스, 오래 계실분들은 7일 패스를 구매하세용

이곳은 현재와 미래가 없고 과거만 숨을 쉬는 도시다.

씨엠립. 관광객을 등쳐먹으려는 순진한 웃음의 툭툭기사들. 걸을 수 없는 수준의 인도와 풀려 다니는 거리의 개들.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매연에 입술에는 생전 보지 못한 포진이 생겼다. 이제는 떠나야 할 순간이다.

명과 암이 실로 분명한 도시다.

킬링 필드 이후 나라의 중추를 이루는 식자층이 붕괴되고 모든 산업기반이 무너졌다.

이곳 씨엠립은 그나마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달러로 어찌어찌 운영되는 듯 보이지만 자발적, 자생적 개발의지는 거의 Zero에 가깝다. 인도와 도로 정비. 상하수도 등의 인프라를 닦는 것은 시급하고 허물어진 유적지도 세계적 공조를 이뤄 잘 보존해야 하는 상태다.

그럼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러 좋은 추억을 쌓고 가는 이유는 비단 앙코르와트에만 있는 것 같지 않다.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이방인을 향한 천진한 미소.

그 미소는 낯선 공간에 대한 경계심을 허물어 뜨린다.

2km 거리에 3불을 부르는 양아치로만 여긴 툭툭기사도 수많은 공급사이 하나의 수요를 잡았을 때 본전을 땡기려는 이곳의 암묵적 담합에 의해 거래할 뿐 그 어떤 악의도 없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순수하며, 환경은 오염되고 더럽고, 지난 유적은 찬란하고 위대하다.

여러 감정이 뒤섞인 응집된 마음속 덩어리에 나는 내가 캄보디아를 사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무기력하고 천진한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9.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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