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레게 한 여인들
아름다운 것은 떠나기 직전, 그 모습을 보여줘서 아직 알아보지 못한 진면모를 찾아 다시금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다.
3-4시. 크메르어 수업에서 만난 멋진 여성들 덕분에 마지막 캄보디아를 떠나는 마음이 따끈따끈하다.
모모는 일본인 여성이다. 11개월 된 딸과 함께 씨엠립에 살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캄보디아 사람이고 UNDP(유엔개발프로그램)를 통해 수단에 근무 중이다.
마리아는 NGO에 다닌다. 이곳 캄보디아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찾아 택하는 이민의 과정 중 서류 미비 등으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되어 새로운 선택이 재앙이 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웬디는 인도네시아-태국인이다. 인도네시아의 전통 건강식인 템페를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에서 팔며, 2주는 말레이, 2주는 캄보디아에서 머무는 사업가다.
똑똑하고 멋진 여성들이 살아온 이야기들과 현재 직업에 대한 자신의 선택이 있기까지의 과정, 밝은 미소와 위트 있는 모습에서는 빛이 났다. 모르는 것에 대한 사랑,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부모님 덕에 걱정을 끼치지 않고 현재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스페인 여성 마리아. 콜롬비아에서 8년을 살고도 그곳 사람들의 순수함과 열정 뒤 삶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의 결여라는 대조적 상황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그녀의 순수한 얼굴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남편과 같은 장학금을 받아서 장학생 모임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는 모모는 채식주의자 테이블에 같이 앉은 그와 사랑에 빠졌다. 코스타리카 등지에서 UN에 근무했다는 그녀도 아기를 갖고 키우며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부모님도 없고 남편도 없는 캄보디아에서 딸과 용감하게 지내는 그녀의 모습은 맑고 당당하다.
특히 그녀의 남편은 킬링필드에서 살아남으며 UN의 역할을 실제로 체험하였기에 UN에서 일하기로 생각했다고 하니 직업에 대한 고귀함의 차원이 나와는 다른 듯 보였다. 그가 이를 대하는 진정성은 경험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발바닥 끝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차있을 터였다.
웬디는 사업자적 말발과 수완으로 늪에 빠진 듯한 대화의 분위기를 하늘로 끌어올리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페이스북 페이지는 사업가로서 다양한 수단을 사용하는 새로운 동남아시아 비즈니스 걸의 모습을 보여주는 표본이었다.
이런 멋진 여성들 사이에 끼여 나는 열정만 많은 겁쟁이인 나를 드러냈다. 과연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모르는 까닭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뛴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빛나는 그녀들의 얼굴을 보며 내 눈도 빛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눈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꿈꾸는가?
한 시간 남짓의 대화가 나에게 이렇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이유는 그간 나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 왔던 재료들이 이미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오늘 이후, 나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전혀 좀 잡을 수 없는 가운데, 미래가치와 현재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사랑과 희망, 새로운 가치를 쫓아. 상상하지도 못한 곳에서 또 한 번 성장한 하루다.
(2019.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