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일기를 펼치며

과거로의 여행

by 한양희

오랜만에 책장 정리를 하며 예전에 쓴 일기를 보게 되었다.

아직 컴퓨터에 옮기지 않은 손으로 빼곡하게 쓴 일기 말이다.


2019년 12월, 혼자 떠났던 캄보디아 여행.

그해는 유독 여행을 많이 다닌 해였다. 출장도 잦았고, 가족여행도 있었다.

여행 중엔 늘 글을 썼지만 혼자 하는 여행처럼 내 생각을 깊이 담을 수 있는 때란 없다.

그런 면에서 캄보디아로 떠난 8일간의 여행엔 유독 체험한 것보다 평소의 생각이 많이 담긴 글을 써왔던 것 같다.


과거의 내가 남긴 글을 보면서 반갑고 설렜다. 찬찬히 읽어보니 어느새 나는 캄보디아에 와있었다.

이제 막 시작한 연애와, 아직 갈팡질팡한 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4년 3개월 전의 나는 여전히 어리바리하고 자책하고 순수한 사람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렇다.

결혼을 했고, 미국에 살며, 백수라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연애편지를 쓰던 상대는 내 남편이 되었고, 나는 그를 따라 미국에 와 살게 되었다.

사는 곳과 나를 설명하는 사회적 타이틀은 변했지만 여전히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의 마음, 그때의 혼돈, 그때의 설렘을 여전히 안고 사는 사람이다.

혹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일기장의 내용을 디지털화하며, 사진이 담지 못하는 마음을 글이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계속 글을 써 내려가기로.


혼자 하는 여행은 사람을 단시간에 크게 성장시킨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진다는 건 그간 몸에 쌓아둔 고민과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거니 말이다. 유부가 되어 버린 내가 언제 홀로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물음표지만 19년 연말의 나를 마주하며 나는 빙그레 웃음이 났다.



아줌마가 되고나니 옛 모습이 어려보인다..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