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백수로 살아남기

남편 찾아 떠난 미국 이주 생활기, 그 첫 번째

by 한양희

2022년 10월 17일.

인천공항을 저녁 9시에 떠나서 휴스턴 시간으로 저녁 10시쯤 공항에 도착했다. 휴직을 하고 남편과 같이 살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정오에 집을 나서 20시간 정도밖에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당도했다.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여행길에서는 쉽게 지치지 않는다. 넘치는 체력을 주신 부모님께 다시 한번 감사하다.


처음 온 신혼집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힝구(남편)는 어머님을 쏙 빼닮아 있었다.

정리하지 않고 동그랗게 아무렇게나 말아 넣은 비닐봉지들이 집안 곳곳에 있었다. 서랍이며 벽장이며, 옷장에까지...

게다가 먼저 보낸 케리어는 정리되지 못한 채 거실에 그 속을 다 보이며 입을 쩍 하니 벌리고 있었다.


‘정리하려면 3일은 걸리겠군.’

속으로 한 생각이 얼굴로 드러났는지 힝구는 연신 내 눈치를 살피며, “집이 더러워서 실망했지?” 한다.

‘실망이 아니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조금은 귀찮아서 그런 거야.’라고 말해주려다가도 그냥 말을 아꼈다. 더럽다는 걸 본인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향후 청소 습관을 들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였다.


내 케리어 마저 펼쳐 놓고 더 어지러워진 거실을 뒤로한 채 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이 왜 이렇게 퉁퉁 불었어?” 힝구가 물었다.

“자기가 떡 넣어서 그런 거야.” 나는 떡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언젠가 이 라면 맛이 생각날 거야. 우리가 휴스턴 집에서 함께 먹은 첫날밤의 라면으로.”

짜고 퉁퉁 불은 라면을 먹은 힝구와 앙순. 우리는 찌든 몸을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름 피곤했는지 다음날 11시 50분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과연 힝구를 찾아간 앙순이는 직장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미국 휴스턴에서 잘 살 수 있을까?

험난하진 않겠지만 지루함이 친구가 될 것 같은 미국에서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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