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1년 후, 남편과 살게 되었습니다.
힝구(남편)는 외딴곳으로 온 나에게 ‘이곳이 너의 새집이야.’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평소 엄마가 나를 부르는 이름으로 시간을 알려주며 나를 깨웠다.
“진아 일어나. 열한 시 오십 분이야.” 끝에 하나의 수식어를 더 붙여서. “이 게으름뱅이야.”
게으름뱅이는 겨우 눈을 뜨고 앉았다. 그러다 다시 누워 이야기했다.
“10분만 더 누워 있을래.”
“응 10분 동안 안아줄게.” 힝구가 말했다.
힝구는 참 다정하다.
나도 다정한 힝구의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겠지 하며 따뜻한 이불속 힝구의 품에 안겨본다.
미국에 온 지 이틀째 되는 날이 정신없이 흘러갔다.
먼저 주린 배를 채우러 샐러드 가게에 갔다가 앞으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게 마샬에서 팬과 냄비, 그릇을 샀고 힝구가 찬양하는 H.E.B에 가서 식료품을 잔뜩 샀다. 이윽고 자잘한 생필품들을 사러 월마트를 갔다가 코스트코에 들러 쌀을 쟁여 놓고선 마음이 든든해졌다. 미국의 주요 마트 네 군데를 들르고 쇼핑한 것들을 풀어헤치며 정리하는데 하루가 다 갔다.
그날 저녁, 힝구의 캐리어는 입을 닫고 정리가 되었지만 내 캐리어는 여전히 거실에서 속을 내보이며, 집안의 어수선함을 한 층 더해주었다.
다음날인 19일에는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휴대폰의 밝은 빛에 게슴츠레하게 뜬 눈에는 5:15라는 숫자가 들어왔다. 시차가 온 것이다. 다시 잠을 청해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작은 소리로 유튜브를 봤다. 곽튜브와 빠니 보틀이 방콕 여행을 하고 있었다. 유쾌한 두 청년의 모습에 나의 미국생활도 왠지 활기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란스러운 소리에 힝구가 잠을 뒤척였다.
“자기 나 때문에 잠 깼어?”
“아니, 나는 원래 소리 잘 못 들어. 자기 보고 싶은 거 봐.” 힝구는 여전히 다정했다.
10시쯤 일어난 우리는 양배추와 수란. 소시지와 따끈한 밥으로 아침을 먹었다. 수란은 처음 시도해 본 계란 요리인데 생각보다 잘 돼서 놀랐다.
아직 미비한 살림을 보충하고자 이케아로 향한 우리는 취향이 반영되지 않은 합리적 가격의 가구들을 골라 담았다. 작게나마 집에 생기를 주고 싶어 식물 두 개도 함께 데려왔다. 그리고 방문한 한인마트 H마트에서 김치와 멸치액젓, 두부 등의 식자재들을 더 사 왔다.
집에 온 우리는 각자의 일에 열중했다. 힝구는 가구를 조립했고, 나는 김밥을 쌌다. 저녁이 되자 얼추 집이 자리를 잡아가는 기분이 들어 짠 김밥도 맛있게 느껴졌다.
차근차근 우리의 공간이 마련되자, 앞으로 미국에서 사는 것이 현실이 된 것 같았다. 우리는 두 손을 꼭 잡았다. 진짜 부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