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혼자 보내는 첫 번째 하루

남편이 출근하면 아내는 무엇을 하나요?

by 한양희

홀로 남겨진 첫째 날. 나의 적응을 돕기 위해 3일간 휴가를 쓴 힝구가 회사에 복귀하는 날이다.

아침 겸 점심식사를 마련하고, 힝구의 저녁 도시락을 싸느라 오전 나절이 부산했다. 아침식사와 다른 메뉴로 도시락을 싸주고 싶어서 여러 요리를 했더니, 프라이 팬이 눌어붙고, 부엌과 거실에서 연기가 자욱해 정신이 없었다. 회사 다니면서도 동생들과 친구들 저녁까지 차려주는 자취생인데, 주부의 자질은 부족한가 보다.


힝구는 혼자 남아 하루를 보낼 내가 심심할까 봐 아침 일찍 월마트에 가서 요가매트를 사 왔다. 더불어 자욱한 연기를 뺄 환기용 팬도 사 왔다. 힝구는 왜 이렇게 다정한 걸까?


회사에 출근하는 힝구에게 도시락 주머니와 커피가 담긴 텀블러를 쥐어줬다.

“자기, 힘내. 좋은 하루를 보내. 친구들이랑 싸우지 말고.” 고집 센 힝구가 회사에서 갈등을 빚진 않을까 염려하며 초딩 아들을 학교에 보내듯 궁뎅이를 두드렸다. 집을 나서는 힝구에게 뽀뽀를 하고선 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문 앞에 서있었다.


오랜만에, 거의 일 년 만에 한 시간 이상 요가를 하고 개운하게 샤워를 했다. 그리고 그제야 미국에 온 지 일이 지난 게 실감이 났다.

내 책상, 내 시간, 내 힝구


당분간 그 셋과 좋든 싫든 함께 지내야 한다.

지금까진 큰 문제가 없지만 작은 두려움도 있다.

과연 내가 잘 살 수 있을까? 3년 안에 무언가를 이루어 내서 정착하는 게 맞을까? 커리어를 쌓고 다시 돌아가서 잘 적응하는 게 맞을까? 미국에 온 건 잘 한 선택일까? 나에게 행복은 무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져온 질문에 대한 답은 20년이 지나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친구 셋과 그 답을 찾는 여정을 또 시작해야 하겠지. 어느덧 또 숙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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