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캄보디아 여행 첫날
밤에 River Bay Villa에서 푹 자고 맞이한 캄보디아의 첫날!
로컬체험은 재미있지만 역시 그 나름의 고충이 있다.
현대화된 생활(?)에 익숙해져서 인지, 조금이라도 비위를 거스르는 장면이 포착되면 바로 그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내 몸의 반응이 그를 증명해 준다.
2.2km 정도 떨어진 현지시장 ‘쌀르’로 향하는 길이었다.
긴 생머리에 허연 다리를 내놓은 여자애가 아무렇지도 않은 걸음으로 현지인들만 있는 곳을 다니니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무심하게 그늘 아래 널브러져 있는 개들, 맨발로 거리를 누비는 마알간 눈을 한 아이들. 그들 사이로 연신 클렉션을 누르며 1달러라고 외쳐 대는 오토바이를 탄 사내들.
예상했지만 그 보다 더 뜨거웠던 햇볕아래 약 30분을 걸었다. 차와 오토바이가 뒤섞인 6차선 도로만 건너면 현지 시장 쌀르였는데, 횡단보도 없이 아무도 지키지 않는 신호등만 우두커니 있는 그 도로를 나는 건널 수가 없었다. 원래부터 겁은 많았지만 나름 도전정신이 충만하다 생각했는데, 굳이 목숨까지 걸고 시장에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돌아갈 길이 있는지 살펴보다,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
“Can I cross the street here?”(여기서 길 건널 수 있을까요?)
영어 아닌 답변과 환하게 잇몸을 드러내는 미소가 되돌아왔다. 그것은 긍정의 사인이었다.
내가 도로 중간까지 건널 수 있게, 그는 친절하게도 손으로 차를 막아가며 길을 터주었다. 연신 땡큐를 외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 남은 절반의 도로는 지나온 곳보다 더 차가 많아서 벙 쪄 있었는데, 나의 히어로는 사라졌다간 또다시 나타나서 그 작은 손으로 1톤 트럭을 막아 세웠다. 도로의 흐름에 지대한 방해를 끼치며 나는 무사히 시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엔 도로보다 무시무시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고깃덩어리였다.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생고기를 무서워했다.
그래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도, 주인공이 아주 미친 것 같진 않았다.
한때 생명이었던 것의 살덩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에게 조금은 두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채식주의자도,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극단적 평화주의자도 아닌데 말이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살아 있는 새들이 옹기종기 한 곳에 앉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커다란 검은색 조류들이 철장에 가둬 놓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가만히 있는 이유를 유추해 보면, 다리와 날개가 부러졌다는 결론 밖에 도출되지 않는다.
너무 잔인한 결론이다.
그 새들은 옆에 걸려있는 껍질이 벗겨진, 조금 전까지는 살아 있었던 그들의 동족들처럼,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피하고 싶은 장면을 마주하고 난 뒤 불편함을 느끼는 내가 한편으로는 가식적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마트에서 손질되어 나온 고기는 아무 죄의식 없이 먹으면서 축산의 전 과정을 목도하고는 생명을 위하는 척하는 내 모습. 오히려 살아있는 고깃덩어리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가. 우리가 먹는 식재료들이 어디서 오는지를 인지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고기들을 뒤로하고 겨우겨우 정식 입구를 찾아 들어간 시장은 여느 나라의 다른 시장과 다름이 없었다.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식료품점이 이어지며 좀 전과 비슷한 비위생적인 고기 판매처들을 다시 마주하게 될 뿐. 게다가 환전을 하기도 전에 찾아온 곳이라 수중엔 달러밖에 없어, 배가 고파도 현지 시장에서 사 먹을 수 있는 게 한정적이었다. 손짓 발짓을 써가며 포장되어 있는 코코넛 우유절임 찹쌀밥을 1달러에 사고, 2달러에 툭툭를 탄 후, 나는 지금 씨엠립 중심의 My little Cafe에 입성했다.
4달러에 그린파파야 샐러드, 두부 볶음밥,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상큼한 야채들의 조화가 울렁거리던 속을 달랬다. 앞으로 펼쳐질 캄보디아에서의 여행이 어떨지 나는 또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씨엠립을 배회한다.
(2019.12.20.)